[청년의사 신문 이혜선]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 김승희 처장이 수장 자리에 앉은 후 처음 맞이한 국정감사에서 말 그대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정 장관은 17년만에 의사 출신이 복지부 장관으로 자리했다는 점에서 전문가로서의 식견을 뽐낼 것이란 기대를 모았으며, 김 처장 역시 식약품 안전평가원장과 차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만큼 식의약 관련 정책 등에 명쾌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 기대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정 장관은 소신있는 발언보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놔, 국회의원들이 담당 정책관에게 직접 질의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질의에 대부분 검토하겠다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했으며, 심지어 보건의료계 현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자아냈다.

식약처 2대 처장이자 첫 여성처장인 김 처장 역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모습은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의원들의 연속되는 질의에 당황한 듯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심지어 동문서답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의원들의 질문에 수치를 정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업무와 관련된 부서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듯 허둥댔다.

이를 지켜보던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이 “처장의 두루뭉술한 답변이 의원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김 처장 또한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약리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미국 노틀댐대에서 생화학 박사를 취득한 독성과 약리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여기에 식품과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의 ‘안전’을 책임지는 콘트롤타워 수장으로서의 철학마저도 의심받았다.

심지어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웰니스 제품을 의료기기법으로 관리할 근거가 없다”는 김 처장의 발언에 “아무리 옳은 주장을 하더라도 어떤 철학을 갖고 답변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며 언성을 높이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정 장관과 김 처장은 모두 수장으로 취임한 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국감이 열려 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는 상황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두 수장 모두 ‘전문가’로서의 식견이나 소신조차 내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직 기회는 있다. 앞으로 치러질 종합국정감사에서는 정 장관과 김 처장이 보건의료 분야 주요 부처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전문가적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한 청사진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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