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천연물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천연물신약’이라 불리면서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에서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아온 천연물신약이 결국 퇴출 위기에 놓였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천연물신약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자 김승희 식약처장이 신약이라는 명칭을 빼는 것은 물론 그동안의 정책 지원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만시지탄이 있지만 매우 환영할 일이다.

정부는 지난 2000년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촉진법을 제정하고, G7프로젝트 일환으로 그동안 무려 1조4,000억원을 투자해 왔다. 그 과정에서 다른 일반적인 신약들과 달리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기준이 완화되는 등 특혜도 있었다.

하지만 천연물신약으로 출시된 신약들은 안전성 연구에 해당하는 1상 연구와 약물 상호작용이나 용량반응 관계를 알아보는 약동·약력학 연구가 면제돼 있다 보니, 해외에서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용 의약품에 불과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발암물질 논란에도 휩싸였다. 국내 천연물신약 대부분에서 벤조피렌 등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하지만 당시 식약처는 검출된 양이 극미량이어서 안전하고 ‘원료 한약재에서 나왔을 것’이라며 제약사 감싸기에 급급했다.

그러던 식약처가 이번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식약처가 2007년 고시를 바꾸며 자료제출의약품에 천연물신약을 포함시키는 바람에 약사법 상 신약과 다른 개념의 신약이 만들어졌다는 김 의원의 지적에 대해 김 처장은 “약사법상 신약은 신물질만 신약이다.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촉진법에 나와 있는 정의는 새로운 조성과 효능이 새로운 것들이 포함돼 있다는 뜻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또한 김 의원이 “신약이라는 이름은 국민을 현혹하는 이름이니 이제부터 신약이라는 이름도 빼고 정책적 지원도 중단하라”고 요구하자 김 처장은 “그러겠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식약처가 천연물신약에 대한 입장을 바꾼 데 대해 환영한다. 하지만 이미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입된 데다 실제로 제품을 허가받고 판매하고 있는 제약사들은 물론이고 천연물신약을 개발 중인 제약사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의약품에서 중요한 것은 그 유래가 아니라 효능과 안전성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아무리 특혜를 주며 천연물신약 개발에 집착하더라도, 전세계 어디에서도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들이 환영받을 리는 없다.

이참에 천연물신약 정책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실패의 인정이 늦으면 늦을수록 손실은 더욱 커진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지 않으면서 세계 시장을 공략할 방법은 애당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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