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학술대회서 국가 정책 의지 및 예산 부족 지적

[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 1위라는 불명예를 11년 동안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자살예방을 위한 인식을 높이고 예산을 더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예방의학회, 한국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 한국보건행정학회, 한국역학회는 지난 2일 서울성모병원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자살예방 4개 학회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영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자살예방을 위한 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지만 정책적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컨트롤타워 확립 및 참여동기 부여 강화 ▲고위험자에 대한 지지체계 확립 ▲예산 지원 및 확충 등을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무총리실에 ‘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회(가칭)’를 설치, 자살예방 대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보건복지부는 자살예방사업 추진성과에 대해 책임과 권한을 공유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자살의 원인은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살 고위험자가 가진 정신건강상의 문제, 사회경제적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지지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살 고위험자가 발견될 경우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센터나 자살예방센터를 중심으로 대상자에게 특화된 사례관리팀을 구성해 운영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자살예방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예산 지원과 확충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자체 특성에 맞는 자살예방사업 개발을 위해 국고에서 일정금액을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아울러 담뱃값 인상으로 확충된 국민건강기금을 자살예방과 건강증진사업에 투입하는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의대 이원영 교수도 국가적으로 자살예방사업을 수행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지적하며 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와 지지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자살이 암의 사회경제적 질병부담의 50%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암예방 및 관리 예산의 5%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2015년 보건의료분야 예산 10조234억원 중 암지원사업은 1,048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를 차지하고 있고, 결핵지원 예산도 369억원으로 0.36%를 차지했다.

하지만 자살예방사업은 58억6,000만원으로 전체 예산의 0.05%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이처럼 예산이 부족한 원인은 자살의 사회적 비용이 과소추계되는 등 자살문제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떨이지기 때문”이라며 “보다 강력한 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의료계, 국회, 시민사회단체 등 주요관계자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나 다수의 국회의원들은 자살예방대응의 절박함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유가족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강한 지지그룹도 형성되지 않은 실정"이라며 "관심있는 국회의원, 자살유가족 중 자원자, 자살예방대응에 관심있는 학자나 전문가, 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해 자살예방정책 강화를 위한 지지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차의료진이 게이트키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식을 제고하고 내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서울시강북구보건소 이인영 소장은 “자살예방을 위한 광범위한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지자체 단위 전략을 수행, 발전시킬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구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일차의료진의 정신질환 발견과 치료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일차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자살예방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역사회에서 자살위험군 발견, 관리, 지지, 의뢰 등의 구축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비를 신규로 확보하거나 지자체 단위의 사업비를 확대하는 등 예산증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한 4개 학회는 ▲자살예방사업 연구기반 구축 지원 ▲범부처 자살예방위원회 설치 ▲자살예방사업 예산 대폭 확대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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