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영 교수 “제2의 메르스 다시 오지 않을까 걱정”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도 감염병관리본부 부본부장을 맡은 분당서울대병원 이희영 교수(예방의학)는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제12차 경기도의사회 학술대회에서 “메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메르스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평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제 곧 9월이고 시즌이 겹치면서 제2의 메르스가 다시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난 일주일 사이 메르스로 11명이 사망했고 다시 대형병원에서 감염이 많이 일어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여전히 공항을 통해 두바이를 경유했거나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사람들 중 하루에도 두세명 정도 열인 난다는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메르스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한 후 정부가 종식 선언을 하기까지 70일간 벌어진 상황을 정리해 발표한 후 “이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의지는 있는지 뿐만 아니라 소를 왜 잃어버렸고 외양간은 왜 무너졌는지, 외양간이 문제인지, 마을 전체가 문제인지 등을 정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메르스는 신종감염병인데도 불구하고 관련 지침이 2013년 8월과 2014년 12월 두 차례 나왔다. 지침을 만들어 놨는데도 대응이 안됐다면 문제가 어디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메르스 지침을 만들어놨는데도 대응이 안됐다면 매뉴얼이 잘못된 것인지, 실제 상황에서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것인지, 훈련이 부족했던 것인지, 이것도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에 상황이 어그러진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답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10년 (감염병 관련) 정보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2015년까지 아무것도 세팅되지 않았다”며 “공무원들은 메르스 환자 수를 한글이나 엑셀파일로 정리해야 했다”고 했다.

의료제도 전반을 손보지 않은 채 감염병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감염병 위기관리에 관심이 많지만 공중보건위기대응과 재난대응까지 확대해서 관리해야 한다”며 “보건의료제도 전반이 개선되지 않으면 대응체계라는 말만으로 아무것도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대로된 평가에 기반해서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정리하고 민간 네트워크를 통해 자원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며 “대응 매뉴얼이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감염병 관리 인력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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