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거슨요법' 앞세운 대한제암거슨의학회 창립…초대회장에 이영석 원장

[청년의사 신문 남두현] 암 환자가 병원에서 특별식단을 처방받고 식품회사로부터 음식을 배달 받는다?

현 의학계에서 임상·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거슨요법’을 지지하는 국내 의사들이 뭉쳤다.

지난 30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는 10여명의 의사들이 발기인으로 나선 대한제암거슨의학회 창립총회 및 학술대회가 열렸다.


▲ (왼쪽부터)최세환 임상학술 부회장(서울성모신경외과의원), 류영석 임상고문(휘경우리들내과), 박종기 고문(에덴요양병원), 이영석 회장(좋은세상제암병원), 전세일 이사장(CHA의과대 통합의학대학원 석좌교수), 김승조 고문(산부인과학회 명예이사장) 남두현 기자

거슨요법은 독일 의사 막스 거슨(1981~1959)이 만든 대체의학으로 저염식단과 커피관장 등으로 신체에 쌓인 독소를 해독해 암 치료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방법이다.

대한제암거슨의학회는 이를 한국에서도 적용 가능하다는 즉 '21세기 한국형 거슨요법'을 주창하고 나섰다.

이날 총회에서 초대회장으로 추대된 이영석 회장(좋은세상제암의원 원장)은 기자와 만나 "식이요법이나 생활습관에 대한 치료 중 거슨요법이 가장 역사가 길고 널리 사용되고 있다"며 암치료에 식이요법의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 거슨요법 관련 서적들은 50년대에 서양인에 맞게 프로그램된 것을 의사가 아닌 영문학자가 번역한 만큼, 이를 한국형, 21세기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거슨요법에 대한 부족한 근거 데이터는 학회차원에서 만들어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함께 하는 의사들이 늘어나면 환자에 대한 객관적 자료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학회에선 실제 임상에서 거슨요법을 적용하기 위한 제안도 나왔다.

일례로 거슨요법에 참여하는 환자들이 하루 15킬로의 야채즙을 섭취해야 하고 보충제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만큼 향후 식품회사나 제약사와의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거슨요법에서 제시하는 형태대로 야채즙을 공급하는 것은 식품회사가, 의사의 처방대로 정확한 보충영양제를 공급하는 것은 제약사가 맡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합제 등으로 인해 의사의 처방대로 정확한 용량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제약사와의 연계가 필요한 이유로 꼽혔다.

이에 대해 류영석 임상고문(휘경우리들내과 원장)은 “대학병원들의 기존 영양관리는 칼로리를 맞추는 것에 초점이 있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하지만 의학계는 이들의 '특별 식단'이 치료의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는지와 '커피관장' 등의 효과여부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거슨요법에선 커피를 끓인 물을 관장하는 커피관장이 몸의 독소를 해독하고 통증을 줄여준다고 밝히고 있지만, 의학계는 이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2011년 대한암협회가 번역해 발간한 '암의 보완대체요법'에 따르면 커피관장 같은 치료로 칼륨이 제거되면서 신체 내 전해질 불균형이 초래, 심각한 질병과 사망의 위험이 생길 수 있다.

또 의학계는 ‘건강한 식단’이 암을 치료하기 보다 ‘암 예방’에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학회 측은 암을 치료하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세환 임상학술 부회장(서울성모신경외과의원 원장)은 “암을 침입자로 보고 세포를 치료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암 세포가 자랄 수 없는 환경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그 근거로 항암제가 암을 유발한다는 논문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학회는 암 치료에 식이요법을 강조하면서도 현대의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종기 고문(에덴요양병원 원장)은 "초기암은 당연히 현대의학이 주축이 돼야한다"며 "다만 암4기가 되거나 말기가 된 상황에서 현대의학이 주축이 되면 환자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과 연구, 임상, 제도적으로 식이조절과 생활습관 등이 함께 관리되는 '통합의학'의 진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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