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의학회, '제12차 세계중환자의학회 학술대회' 개최…82개국 3,400여명 참여"국내 중환자 진료 수준 고찰과 중환자 및 중환자실 인식 전환 기대해"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전문의 한 명이 40여명의 중환자를 돌봐야 하는 게 우리나라 중환자의학의 현실인 가운데 중환자 사망률은 물론 입원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환자의학 전문의가 중심이 된 중환자 진료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지난 28일 ‘제12차 세계중환자의학회 학술대회’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중환자 진료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은 우리나라 중환자의학 분야가 허약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세계중환자의학회 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윤석(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한 나라의 국가진료 시스템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열악한 수준”이라며 “국제 학술대회를 통해 국민과 정부에 열악한 중환자의학의 실상을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 조직위원장은 “오는 9월부터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성인 중환자실에는 전문의를 두도록 했지만 해당 전문의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피부과 전문의가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보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지역 간 사망률 격차도 심하고 중환자실 전담의사 유무에 따라서도 환자 사망률 차이가 크다”면서 “지난 2008년 중환자실을 등급화하고 병상료가 인상됐지만 여전히 원가의 30~50%에 불과하다. 중환자실을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셈”이라고 했다.

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의료비의 약 25%를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받는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으나 퇴원 1개월 내 사망률이 약 23.2%에 이르고 있다.

결국 수가가 원가에 크게 미치지 못해 중환자실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게 되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자 중환자실 사망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에 대한 수가 현실화를 통해 의료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환자의학회 김동찬 회장(전북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인력문제는 물론 중환자실 설비 등 많은 것들이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에 바로 개선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로드맵을 세우고 정부와 전문가들이 모여 정책을 제안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환자의학회는 또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임종 전 마지막에 들르는 곳으로 인식되는 중환자실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성진 홍보위원장(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중환자실에 입실하면 후유증 없이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깊다”며 “하지만 중환자실은 회복될 희망이 있는 환자가 가는 곳이며 집중 진료를 통해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29일부터 9월 1일까지 4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중환자의학회 학술대회는 세계 중환자 의학의 교류와 축제의 장으로 82개국에서 3,4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One-Step Further’ 기치 아래 중환자의학에 관심 있는 국내외 의료진 및 전문가들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개발도상국 중환자의학 의료진에게는 등록비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중환자의학을 공부하는 탈북의사들에게도 무료로 등록할 수 있게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과 같은 전염병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향후 전략과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고 조직위원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연 및 토론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기회로서 실질적으로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중환자 진료 수준 향상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젊은 의료인들이 각국 전문가들과 교류를 통해 세계무대로 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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