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구약성서에는 한 아이를 두고 자신이 낳았다는 두 여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스라엘의 제 3대 왕인 솔로몬은 두 여자 앞에 검을 꺼내 놓고 아이를 두 동강 내서 반씩 갖도록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우리나라 간호인력체계를 바꿀 획기적인 대안이라고 내놓은 의료법 개정안을 보면서 솔로몬의 지혜가 생각난다.

개정안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로 구성된 지금과 달리 간호사와 간호지원사를 두고, 간호지원사 중 1급은 면허증을, 2급은 자격증을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으로는 간호지원사를 복지부가 인정한 교육기관에서 양성하도록 했다. 언뜻 보기에는 지금보다는 간호인력 관리가 더 잘 되고 합리적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대한간호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반발하고 있다. 관련된 다른 단체도 각각의 이유는 다르지만 하나같이 정부의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간협과 간무협 등 양 단체의 의견이 좀처럼 맞춰지지 않아 절충안을 찾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면허를 두고 찬반이 나뉘니 1급은 면허, 2급은 자격을 주고, 간호조무사제도를 아예 폐지할 수 없으니 간호조무사를 간호지원사로 전환하고 일부만 1급으로 상승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이 오히려 단체들의 화를 부추기고 있다. 선심 쓰는 것도 아니고 쪼개기 식의 개정안으로는 간호인력의 업무구분과 질 관리 등 기본 취지가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절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복지부의 고충도 이해한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간호사들과 간호조무사들이 수차례 만나 개편안에 대해 논의했던 것은 절충안을 받기 위함이 아니다. 차라리 양측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했다면 복지부가 원칙을 세우고 원칙대로 밀고 나가는 게 맞다.

일각에서는 중동호흡기중후군(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복지부가 포괄간호서비스를 서둘러 도입하려고 수년간 논의돼 온 간호인력개편을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책임면피용으로 법안을 밀어 붙인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간호인력개편은 간호계 역사의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제도개편이다. 일단 시행해보고 바꿔보지란 생각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란 뜻이다. 때문에 시간이 걸려도 단체들이 납득할 만한 개편안이 나와야 우리나라 간호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솔로몬의 판결의 의미는 아이를 두 동강으로 자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사랑하는 진짜 부모를 찾아주는 것이다. 복지부에게 모든 이들이 간호인력개편에 대한 깊은(?) 뜻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하는 게 잘못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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