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보건복지부가 제2의 메르스를 막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각계에서 제기한 문제점, 전문학회·협회·시민사회단체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해소, 감염관리 인프라 확충 등의 내용이 담긴 ‘의료관련 감염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감염관리 전문인력 및 관리인프라 확충 ▲의료 관련 감염 감시체계 정비 및 감염관리 평가·보상 연계 ▲의료기관 시설 및 다인실 개편 ▲병원문화 및 진료환경 개선 ▲응급실 감염방지 및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해소 등이 담겼다.

가히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다양한 방안을 거론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늘 거론되던 해묵은 숙제들을 단순히 나열해 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이나 ‘진료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걸 메르스 이전에는 몰랐던 것이 아니지 않나. 감염관리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지만, 추상적인 ‘건강보험 지원책 마련’이라는 문구가 있을 뿐, 여전히 인력이나 시설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쪽에 오히려 방점이 찍혀 있는 듯하다. 응급실 과밀화 해소 방안들도 늘 거론되던 현실성 없는 방안들의 재탕일 뿐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다. 보건부 독립이나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등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표현조차 없다. 정부가 ‘장기적 검토’라고 말하는 속뜻이 실제로는 안 하겠다는 말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임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때문에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모두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를 잃은 다음에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 또 다시 소를 잃는 일이 반복됐던 전철을 다시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복지부에서는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느 부분에서 우리의 의견이 수렴됐다는 거냐’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미 신종플루나 사스 때도 비슷한 일을 겪었지만 매번 이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대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를 실천할 의지를 정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힘도 없고, 총대를 메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없어 보인다.

정부는 의사 출신 복지부 장관 임명으로 정부 조직 개편 문제를 무마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의사 출신 장관으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최소한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격상하고 전문가 집단으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독립된 인사권과 예산권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 직속 보건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보건의료개혁을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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