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엘진코리아 전이성 췌장암 치료제 ‘아브락산’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췌장암(pancreatic cancer)은 여전히 생존율이 낮은 대표적인 암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복통, 식욕부진, 체중감소, 황달 등이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초기에는 이러한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췌장이 후복막에 위, 간, 십이지장, 소장 등의 다른 장기들로 둘러싸여져 있어 주요 혈관으로 암 세포가 침범하거나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는 것이 비교적 잦다는 것도 이유다.

이렇듯 생존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췌장암이니만큼,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생존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항암요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젬시타빈’(gemcitabine)이 췌장암의 표준항암화학요법으로 자리 잡은 이후 오랫동안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입증된 신약은 개발되지 않았으며, 최근에서야 그 정적을 깨고 전이성 췌장암의 1차 치료제로서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한 세엘진의 ‘아브락산’주(성분명 파클리탁셀)가 등장하면서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췌장암 5년 생존율 8.8%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8%에 그쳤다. 원격 전이 췌장암은 생존율이 1.7%로 전체 암 종에서 가장 낮았다. 이는 전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68.1%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특히 췌장암은 국내 주요 10대 암 중 유일하게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5년 생존율이 1993년부터 1995년까지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유독 췌장암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췌장의 특징 때문이다. 췌장은 후복막에 다른 장기들로 둘러싸여져 있는데다 체부와 미부에 발생하는 암의 경우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다. 또 둘러싸여져 있는 특성상 주요 혈관까지 암 세포가 침범해 근치적 절제(암이 존재하거나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부위를 최대한 제거하는 것)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주로 수술 후 1~2년 사이에 재발된다. 간이나 복막으로 원격전이가 되거나 수술 부위 부근에 암이 침윤해 새로운 종괴를 형성하는 양상도 흔히 나타난다.

항암요법에 한계가 있는 것도 낮은 생존율의 이유로 꼽힌다. 췌장암만 5년 생존율이 과거에 비해 낮아진 것도 그만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치료제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7년 젬시타빈 단독요법이 5-플루오로우라실(5-FU)보다 더 우수한 임상적 이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입증된 후에는 수많은 3상 임상시험에서 실험약물이 젬시타빈 요법보다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향상시키지 못했다. 단 2개의 시험에서만 OS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호전됐으나, 그마저도 엘로티닙(erlotinib)과 젬시타빈 병용요법의 경우 보통의 이점이 나타났다(중간값=6.24개월 대 5.91개월).

또 FOLFIRINOX(류코보린, 5-플루오로우라실, 이리노테칸, 옥살리플라틴 4제) 요법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한 OS 이점이 나타났으나(중간값=11.1개월 대 6.8개월), 독성가능성이 현저히 높았다. 결국 현재 폐암, 유방암, 대장암 등 여러 암 종에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활발히 도입, 개발되고 있는 것과 달리 췌장암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1차 표준요법으로 젬시타빈 단독요법 등 항암화학요법을 통한 치료가 권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간 학계와 임상현장에서는 췌장암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치료제에 목말라왔으며, 세엘진의 전이성 췌장암 치료제 아브락산이 등장하면서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전이성 췌장암 생존기간 2.1개월 연장

아브락산은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전이성 췌장암에 젬시타빈과 병용해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됐다. 전이성 췌장암에 대한 아브락산의 효과는 MPACT(Metastatic Pancreatic Adenocarcinoma Clinical Trial) 추적관찰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MPACT 연구는 151개 시험기관에서 전이성 췌장암을 앓고 있고 Karnofsky 수행 점수가 70점 이상인 환자 861명을 대상으로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요법 치료군(431명)과 젬시타빈 단독요법 치료군(430명)을 비교해 췌장암에 대한 아브락산의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 다국가, 다기관, 오픈라벨, 무작위 3상 임상시험이다.

올해 초 공개된 업데이트 연구결과에 따르면 13.9개월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군의 OS 중간값은 8.7개월로, 젬시타빈 단독군(6.6개월)에 비해 통계적으로 약 2.1개월이 유의하게 더 연장됐다. 3년 이상 장기간 생존한 환자는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군에서만 4%가 확인됐다.

무진행생존기간의 경우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군은 5.5개월, 젬시타빈 단독군은 3.7개월을 보여 병용군에서 더 길게 나타났다. 독립적으로 심사된 전반적 반응률에서도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군이 23%로, 7%를 보인 젬시타빈 단독군보다 높았다. 결과적으로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군은 모든 평가변수에서 젬시타빈 단독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호전 결과를 나타냈다.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군 시에 가장 흔히 나타난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은 호중구 감소증, 백혈구 감소증, 피로 및 말초신경병증이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로 아브락산은 현재 전 세계 40개 이상 국가에서 전이성 췌장암 치료제로 승인됐다.

세엘진만의 기술 도입으로 차별화


이렇듯 아브락산이 췌장암 등에서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에는 아브락산에 도입된 냅 기술(nab technology)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

냅은 파클리탁셀에 인체 단백질인 알부민을 결합해 130㎚(나노미터) 입자 크기로 나노입자화된 형태의 제제를 가능하게 한 세엘진만의 기술 플랫폼이다. 기존 파클리탁셀 성분의 치료제들은 유독성분인 가용화제가 첨가돼있어 호흡곤란 등 심각한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 투여 전에 수 시간에 걸쳐 스테로이드 등 전 처치 수행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아브락산은 인체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단백질인 알부민과 결합돼있어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다(그림 2).

또 암세포는 알부민을 영양분으로 인식하고 잡아먹는데, 알부민으로 둘러싸인 아브락산도 알부민으로 인식하고 잡아먹게 된다. 암세포에 들어간 아브락산은 암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억제, 세포 성장 속도를 감소시키거나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는 기전을 통해 궁극적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특히 입자크기가 작아 암세포에 빠르고 신속하게 침투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작용기전으로 아브락산은 기존 파클리탁셀 대비 정상세포에는 적은 영향을 주고 암세포에는 집중적으로 작용해 더욱 많은 치료 성분이 암세포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미국서 처방 활발…국내는 급여가 장벽

MPACT 연구결과를 근거로 아브락산은 지난 10여년간 새로운 치료요법이 부재했던 췌장암 분야에서 이제 가장 진보한 치료옵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MPACT 연구를 담당한 연구진은 연구논문의 고찰 부분에서 ‘연구결과가 진행성 췌장암 환자에게 이 병용요법을 새로운 표준 옵션으로 사용하는 것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요법은 향후 연구에서 우수한 대조약물이 될 수 있으며, 다른 치료제를 추가하는 backbone(기본적 요법) 약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요법은 2015 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미국종합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에서도 FOLFIRINOX 요법과 함께 전이성 췌장암의 1차 치료옵션으로 권고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실제 임상에서의 처방으로도 이어지고 있는데, 실제로 세엘진 글로벌에서 올해 초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아브락산의 매출액은 약 8억5,000만달러(한화 약 9924억원)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에서 전이성 췌장암에 대해서는 아브락산의 보험급여가 인정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임상현장에서는 전이성 췌장암에 이를 처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의 소견 - 박준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분과 교수


- 현 췌장암 치료에서 어려운 것은.

췌장암은 대표적으로 치료가 어려운 질환 중 하나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조기진단이 어려워 간 전이 등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비교적 초기 췌장암 병변인 상태에서 진단됐다고 하더라도 췌장암이 갖는 해부학적 특성으로 인해 주요 혈관으로도 암 세포가 침범해있어 근치적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완전절제가 가능한 경우는 전체 췌장암 환자의 약 20~30%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환자들은 고식적 항암제 치료의 대상이 된다.

세 번째로 췌장암의 종양생물학적 특성은 일반적으로 병의 진행이 빠를 뿐 아니라, 항암제 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네 번째는 췌장암의 경우 통증 및 황달 등 췌장암으로 인한 나타나는 증상과 함께 식욕부진, 전신무력감, 체중감소 등 전신상태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항암제 치료에 잘 견디지 못한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췌장암의 예후는 매우 불량하고, 최근 폐암을 비롯해 대장암, 유방암 등의 생존율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것과 달리 췌장암의 생존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10여년 동안 췌장암에 대한 신약개발과 새로운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 췌장암에 대한 아브락산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아브락산은 국내 임상시험을 통해 전이성 췌장암에 대해서 젬시타빈과 병용요법으로 사용하도록 허가돼 있다.

현재 본원에서도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연구에 참여한 췌장암 환자 중 아브락산과 젬시타빈을 병용투여받은 환자군에서 젬시타빈 단독투여군에 비해 말초신경염이나 호중구 감소 등의 빈도는 다소 증가됐으나 심각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요법의 효과에 대한 분석은 더 기다려야 하나, 기존까지 진행됐던 임상시험 결과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 아브락산은 임상시험을 통해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평균 2.1 개월 연장시켰는데.

전이성 췌장암의 치료 성적은 최근 몇 년간 정체돼왔으며, 췌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많은 대규모 임상시험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1997년 젬시타빈이 췌장암의 표준치료로 도입된 이후 시행된 약 30여개의 3상 임상시험 중 아브락산 연구를 포함해 오직 3개의 임상시험만이 젬시타빈 단독요법에 비해 효과적인 결과를 보였다. 이 중에서도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요법은 사망률을 약 26.9% 감소시켰다.

또 병용요법을 투여받은 환자들의 1년 이상 생존률은 약 35%로, 22%인 젬시타빈 단독요법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약 9%의 환자들은 2년이상 장기 생존하는 결과를 보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아브락산은 기존 파클리탁셀과 다른 기전으로 종양반응을 향상시켰고, 젬시타빈과의 병용으로 전이성 췌장암의 생존율을 향상시켰다. 이는 췌장암 환자의 증상완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 아브락산과 기존 파클라탁셀의 차이점은.

아브락산은 물에 녹지 않는 입자 상태인 파클리탁셀에 알부민이 결합된 비결정성, 무정형 단백질 제형이다. 고용량의 파클리탁셀을 종양세포에 전달하고, 파클리탁셀의 용매 관련 과민반응과 기타 독성을 감소시켜 파크리탁셀의 항암효과를 개선하도록 고안됐다.

또 아브락산은 기존 파클리탁셀에 비해 종양 조직 내에 더 빠르게, 더 많이 축적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아브락산은 젬시타빈과 병용 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전임상과 임상시험에서 확인됐다.

- 향후 아브락산으로부터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요법은 전이성 췌장암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으며, 기존의 치료법에 비해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또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요법은 전이성 췌장암의 표준요법으로 확립됐으며, 향후에는 새로운 표적치료제와의 병용,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 등 췌장암 임상연구의 근간이 되는 요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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