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난소암은 자각 증상이 없어 환자의 약 50%가 3기 이상의 진행성 난소암인 상태에서 발견된다. 때문에 치료가 까다롭고, 3b기 이상의 진행성 난소암 환자가 5년 동안 생존할 확률은 25% 미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난소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2% 증가했을 정도로 치료 예후를 개선하기 위한 옵션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이달부터 로슈의 VEGF(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에 대해 ‘이전에 VEGF 수용체-표적 치료제 등을 투여한 적이 없고 2가지 종류 이하의 화학요법을 투여받았으면서 백금계 약물에 저항성이 있는 상피성 난소암 환자의 치료 시’에도 보험급여가 인정될 수 있도록 기준이 확대됐다. 이를 두고 진료 현장에서는 난소암에서도 본격적으로 표적항암치료가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이번 아바스틴의 보험급여 확대가 갖는 의미와 실제 진료 현장에 미치는 영향, 향후 난소암 치료요법의 발전방향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사진)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난소암은 현재까지도 치료옵션 발전이 더딘 것 같다.

그렇다. 난소암의 경우 다른 암 종에 비해 새로운 치료요법을 적용하는 과정에 있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난소암의 환자수가 비교적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내의 경우만 하더라도 연간 발생하는 난소암 환자 수가 2,000여명 정도인데, 발병률로 보면 여성암 중 8위에 해당한다.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치료제들이 임상시험에서 난소암의 재발은 늦췄지만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연장은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소암은 재발 후에도 여러 차수에 걸쳐 오랫동안 항암치료를 반복하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가 각 차수마다 cross-over(교차 투여)될 경우 OS 연장효과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지난 2000년 이후 난소암 분야에서 적응증을 획득한 항암제가 젬시타빈, 아바스틴, 올라파립 3개에 그칠 정도다. 이 때문에 치료제 임상시험 평가기준으로 무진행생존기간(PFS)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부인종양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현재의 치료옵션 내에서 난소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최대한 연장시키기 위한 방법에 대해 더욱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 고민의 성과로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우선 수술의 경우 미세한 암세포까지 제거하기 위해 생식기뿐만이 아니라 횡격막, 대장, 간 등도 떼어내는 최대한의 종양감축술(debulking surgery)이 시도됐다. 항암화학요법의 경우에는 정맥으로 주사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복강에서의 재발을 차단하기 위해 복강 내로 항암제를 직접 투여하는 방식(intraperitoneal injection)이 연구로 진행돼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도 했다. 또 투여 주기를 3주에서 매주로 줄이고, 투여 용량을 3등분한 것보다 더 높여서 투여하는 방식(dose dense chemotherapy)의 치료도 연구됐다. 그러다 최근에 들어서야 다른 암 종에 효과가 입증됐던 ‘아바스틴’을 포함해서 다양한 표적치료제가 난소암의 치료에도 적용되기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난소암은 다빈도 암에 비해 새로운 치료제가 비교적 늦게 적용되는 경향이 있다.

- 이달부터 일부 난소암 치료에 아바스틴을 보험급여로 처방할 수 있게 됐는데.

우선 난소암의 치료에 표적치료제인 아바스틴이 도입됨으로써 치료옵션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동안 난소암 진료 현장에서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것이 사실이다. 앞서 얘기한 듯 지난 20년 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으나, 난소암의 생존율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천장에 부딪혔던 셈인데, 항암화학요법만으로는 치료성과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간 다른 암 종에서는 바이오마커에 대한 표적치료 등을 통해 각 환자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를 시행함으로써 생존율 개선이 시도돼왔는데, 난소암에서도 아바스틴과 같은 표적치료제가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환자 개개인을 위한 ‘맞춤’ 치료와 생존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일부 난소암 환자에게 보험급여로 쓸 수 있도록 된 것은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다. 현재 건강보험급여기준을 보면 2차 치료나 3차 치료에 포함하는 백금계 계열 항암제에 저항성이 있는 재발성 환자에게만 인정되는데, 이에 해당하는 난소암 환자가 전체 환자 중 20%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결국 일부 환자에게만 치료혜택이 돌아가는 셈인데, 보다 많은 난소암 환자들이 보험급여를 통해 비용부담을 덜고 표적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난소암이 전체보다는 여성에게만 발생하는 암이다 보니 그동안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소외된 측면도 있었으리라고 보고 있다.

- 난소암 적응증과 관련된 아바스틴 보험급여기준이 확대된다면 어떤 이점이 있나.

난소암은 수술 후에도 계속 거듭해서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항암 치료기간이 비교적 긴 편인데,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치료차수가 거듭될수록 장천공과 같은 위험한 치료 합병증이 나타날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를 조기에 사용해 최선의 치료성과를 내는 것이 난소암 치료예후를 높이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아바스틴은 난소암에 대해 1차 치료부터 3차 치료까지 폭넓은 적응증을 가지고 있는데, 초기 단계인 1차 치료에 아바스틴을 사용하는 것이 보다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적인 부분의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보다 초기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급여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앞으로 난소암 항암요법은 어떻게 발전될 것이라고 보나.

최근 난소암 항암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난소암 항암치료는 앞으로 4~5년 동안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현재 대한부인종양연구회를 비롯해 국제부인암임상시험단체연합체(Gynecologic Cancer Intergroup, GCIG)에서는 여러 협력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러 기전의 표적치료제를 항암제와 병용하는 임상시험이 확대되고 있다. 아바스틴은 그 중에서도 현재 난소암 표적치료 분야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축적한 치료제 중 하나이며, PARP억제제와 같은 표적치료제를 병용하는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난소암 항암치료는 점차 정밀의학에 기반한 맞춤 치료(personal medicine)로서 여러 가지 기전의 표적치료제들을 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본다.

- 면역항암제에 대한 기대는 없나.

현 시점에서는 난소암에 대한 면역항암제의 연구가 많지 않다. 최근 일본 교토대학에서 난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 PD-1 계열의 면역항암제인 니볼루맙(nivolumab)의 효과를 확인해본 임상시험이 있었다. 연구결과 전체 환자 중 10%~20%에서 치료효과가 확인됐는데, 보다 더 많은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난소암 치료에서 사실 중요한 것은 조기진단인데, 그간 진단율 변화나 노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기진단율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일반인 검진 주기를 1년 1회로 정하고, 검진 방법도 혈액검사(종양표지자 CA125), 골반초음파 검사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조기진단율을 높이고자 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조기진단율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난소암은 유병률이 낮고, 몸 속 깊숙한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진행속도도 빨라서 2~3개월 만에 복강 내 전체로 퍼진다. 결국 불특정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검사하는 것은 운이 좋은 경우 아니면 조기진단에 기여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현재 대한부인종양연구회는 난소암 분야의 암정복 국책과제를 획득해 현실적으로 적절한 난소암 조기진단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난소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6개월에 한 번씩 검진을 시행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가족력이 있는 여성,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 경험이 없는 45세 이상 여성 등 난소암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조기진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 자궁 내강에서 세포를 채취해 초기 난소암의 출발점으로 생각되는 나팔관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암세포의 특정 DNA를 찾아내는 방법도 연구 중인데,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조기 진단율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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