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병협, 의사 출신 내정에 환영 입장 밝히면서도 복지부 내부 협조 필요성 강조노조 “정 내정자, 분당서울대병원장 시절부터 의료산업화 앞장선 인물” 경계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분당서울대병원 정진엽 교수가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내정된 것에 대해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 분당서울대병원 정진엽 교수 김형진 기자

우선 서울대병원 측은 정 내정자가 분당서울대병원장 재직 시절부터 보여온 온화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정 내정자와 1980년 함께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정형외과를 전공한 서울대병원 김희중 진료부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정 교수의 복지부장관 내정을 환영한다”며 “서울대병원에도 기쁜 일이며 정형외과에서는 더욱 더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정 내정자를 온화형 리더로 평가하며 친화력으로 복지부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부원장은 “정 교수는 온화의 리더십이 있고 친화력이 있는 분”이라며 “카리스마로 통솔하기 보다 인간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 후임 장관으로 잘 선정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도 의사 출신 복지부장관 내정자가 나온 것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병협 박상근 회장은 “정 내정자가 의료 쪽에 많이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병협에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으며, 의협 강청희 상근부회장도 “의료인 출신이 장관에 내정된 만큼 의료현안의 합리적 해결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병협과 의협 모두 의료계와 소통이 의사 출신 장관 내정자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상근 회장은 “아무리 복지부장관이 보건의료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더라도 밑에서 받쳐주는 공무원과 실무진이 장관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안 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에게 필요한 진정한 의료정책인지 고민하는 새로운 바람이 불었으면 한다”고 했다.

강청희 부회장도 “그동안의 문제가 장관 한 사람이 책임질 사안은 아니었다. 장관 교체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의정 간 원활한 소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사 출신 복지부장관 내정으로 보건부 독립 여론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은 “보건과 복지를 분리하는 작업이 의사 출신 복지부장관을 내정한 것보다 중요하다”며 “정 내정자가 원격의료에 관련됐다는 설도 있는데, 이에 휘말리지 말고 보건, 복지 문제에 있어 합리적이고 중립적인 정책을 해야 한다. 의사 출신을 장관으로 만든 뒤 청와대나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해 기존에 의료계가 반대하던 정책들을 추진하면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조언했다.

의료연대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정 내정자 임명으로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가 추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대병원분회장을 지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현정희 서울지역지부장은 “전해 듣기로는 정 내정자가 의료민영화 찬성론자에 의료관광과 의료정보화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정 내정자를 의료민영화 정책에 속도를 낼 적임자로 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의외의 사람이 내정돼 (노조의) 분위기도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도 “정 내정자는 지난 2012년부터 의료기기 상생포럼 총괄위원장을 지낼 정도로 첨단의료기기산업 쪽과 상당한 관계를 갖고 있다. 여기에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커넥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분당서울대병원장 재직 시에는 신관 오픈과 빅5 진입에 도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할 만큼 의료기관의 양적 성장을 주도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유 위원장은 “원격의료, 의료산업화라는 키워드와 꼭 어울리는 인물로 문형표 장관 문책 후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강경기류를 읽을 수 있는 인사라 우려된다”며 “정 내정자 인선이 메르스 이후 높아지는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기관 안전시스템 강화 기대에 찬물을 끼얹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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