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장 출신 정진엽 교수 내정…메르스 후속대책 적임자로 판단한 듯복지부 내부에서도 의외라는 반응…국회에서는 상반된 평가 나와

[청년의사 신문 곽성순] 박근혜 대통령이 분당서울대병원장을 역임한 서울의대 정진엽 교수를 신임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내정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 후 복지부 내부에 의료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에 대한 박 대통령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정 내정자는 지난 1998년 35대 복지부장관이었던 주양자 전 장관 후 무려 17년만에 의사 출신 복지부장관이 됐으며 메르스로 인해 드러난 한국의료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지난 4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서울의대 정진엽 교수를 복지부장관에 임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민 대변인은 “정진엽 내정자는 25년 간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의료 경험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 체계 전반에 대해 깊은 이해와 높은 식견을 갖추고 있어서 공공 의료를 강화하고 국민 건강에 안정을 이룰 적임자”라며 “대학병원 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병원을 환자 중심의 병원으로 발전시키는 등 다양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보건복지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깜짝 발표 전까지 의료계와 복지부 내부에서조차 현 문형표 장관의 유임 가능성을 이야기 하는 등 장관 교체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쏠렸지만, 휴가를 마친 박 대통령의 선택은 문 장관의 경질과 의사 출신 장관 내정이었다.

특히 정 내정자의 경우 문 장관 경질설이 힘을 받던 지난 7월 중순 경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청와대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서울의대 이종구 교수, 국립중앙의료원 안명옥 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릴 때에도 거론되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이라 주변을 더욱 놀라게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문 장관을 임명할 때도 하마평에 전혀 오르지 않았던 깜짝 인사를 단행했었는데, 문 장관 후임인사에서도 세간의 예측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물을 발탁한 것이다.

메르스 후속대책 추진 힘 받나

이번 정 내정자 임명을 놓고 의료계를 포함한 각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의사 출신 장관 내정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메르스 사태 후속 작업을 맡아 수행할 적임자를 선택한 인사조치로 보인다.

실제 메르스 사태 후 ▲과밀화된 응급실 ▲무분별한 의료전달체계 ▲다인실과 간병문화 ▲의료기관 내 부실한 감염관리 등 의료계 내 전방위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정 내정자는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장을 3번 연임하면서 뛰어난 경영 수완을 발휘, 분당서울대병원을 서울 대형병원 못지않은 병원으로 키운 바 있다.

또한 병원 경영 당시에는 혁신과 IT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효율화와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강조하는 경영을 해왔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장 시절 정 내정자의 이런 성과를 인상 깊게 봤고, 그 점을 높이 사 메르스 사태 후 한국의료의 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깜짝 인사에 놀란 정치권…적임자인지는 "글쎄"

한편 이번 인사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진엽 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서울의대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장을 재직했다. 의료분야의 전문가다. 앞으로 질병에 대한 예방과 대처에 있어서 빈틈없이 능력을 발휘하고 국민들의 복지 향상에 이바지 해주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의료분야 전문가로서 정 내정자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복지부장관으로 내정된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외과의사의 한길을 걸어온 분인 듯하다. 그러나 행정경험이라고는 분당서울대병원장 경력뿐이어서 보건복지와 관련한 복잡한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로 보기는 어렵다”며 “그런 점에서 과연 복지부장관으로서 공적연금 등 당면한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메르스 사태로 실추된 보건당국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메르스 사태는 장관 한 사람 교체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로 진상을 밝히는 것은 물론,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사과가 불가결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진엽 내정자가 복지부장관으로서 적임자인지 국회 인사청문 과정을 통해 철저히 검증할 것이나 당장은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고 덧붙이며, 기대보다는 우려가 섞인 반응을 보였다.

복지부 내부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내부적으로 문 장관 유임을 유력하게 보는 시각이 많았고 교체되더라도 메르스 사태가 공식 종식된 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만큼 갑작스런 장관 교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높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장관이 이렇게 갑자가 교체될지 예측하지 못했다. 내부적으로도 유임 쪽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며 “의사 출신 장관이라는 점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의사 출신으로 보건 쪽 정책을 더 자세히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박 대통령의 깜짝 복지부장관 인사로 인해 오는 9월 4일로 예정된 국정감사는 복지부장관 인사청문회와 동시에 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측 한 의원은 “국정감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사청문회를 열게 됐다”며 “아직 상황을 알아보고 있지만 당장 정 내정자를 평가하기는 이른 것 같다. 계속 현장에 있던 사람이라서 정보가 없다. 국감과 인사청문회를 같이 준비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또 다른 의원은 “내달 4일 국감을 앞두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상황이 바뀌었다. 국감을 앞두고 인사청문회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곧 정부 측에서 인사청문회 요구안을 보내올 것인데, 이에 따라 국감과 인사청문회를 같이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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