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분당서울대병원 정진엽 교수가 내정됐다. 정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해 복지부 장관에 임명되면 주양자 전 장관 이후 17년 만에 의사 출신 장관이 탄생한다.


무엇보다 메르스 사태 이후 우리나라 의료제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의사 출신 복지부 장관 내정 소식이 일단은 반갑다. 누구보다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현장에서 체험한 만큼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지 않겠느냐는 기대 때문이다.

청와대도 "정 내정자는 25년간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의료 경험을 통해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높은 식견을 갖춰 공공의료 강화와 국민건강 안정을 이룰 적임자"라고 내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불안하기도 하다. 의사 출신 장관 임명으로 보건부 독립이나 복수차관제 도입은 물론 질병관리청 승격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은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든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체험했듯이 조직 개편뿐 아니라 의료제도 전반을 개선하지 않는 한 달라지는 건 없어 보인다. 질병관리본부가 예산이나 인사권도 없이 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머물러 있는 한 국가질병관리체계 선진화는 요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사 출신이 복지부 장관이 됐다고 해서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이 차지하는 비중이 갑자기 커질 리도 만무하다. 물론 장관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분명 한계는 있을 것이다.

의사 출신 복지부 장관 임명으로 봇물처럼 쏟아진 제도 개선 요구를 속된 말로 ‘퉁’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부디 이번 복지부 장관 인선이 의료제도 개선의 끝이 아닌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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