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근거중심 한의약 추진위원회' 구성 비판…"결과물 객관성 검증 어려워"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보건복지부가 한의학의 표준화·과학화 기반 조성을 위해 한의학에 대한 ‘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에 나선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한의학의 안전성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복지부가 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을 위해 한의계를 중심으로 ‘근거중심 한의약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명확한 표준화·과학화 검증을 위해서는 의료계 전문가는 물론 공익 및 시민단체 참여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환자안전과 보호 차원의 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취지는 좋지만 방식과 결과에 대한 목적성이 잘못됐다”면서 “한의학의 표준화가 가능했다면 첩약이나 한방치료에 관한 술기, 해부학적 공통점 등 표준화 작업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부회장은 “단순히 한의계가 어렵다고 급여화를 해주자는 목적으로 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더욱이 한방을 표준화하겠다면서 위원회를 한의계 인사들로 구성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한의학에서 진단명은 의학에서 차용해 쓰기 때문에 관련 학회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등 검증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의협 신현영 대변인도 “한의학을 표준화 한다는 취지는 공감한다. 지금껏 한의학이 지침이나 표준도 없었다는 점은 한방의 과학적 근거가 없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위원회 구성을 보면 현대의학의 중심에 있는 의료계 전문가가 포함돼 있지 않다. 현대의학 전문가가 없는데 한방의 현대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신 대변인은 “한의학의 표준화와 과학적 검증을 위해서는 의료계는 물론 공익 및 시민단체가 참여해 객관적인 판단과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결과물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표준임상진료지침 작업이 한방의 건강보험 확대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수단이나 요식행위로 행해져서는 안 되는 만큼 철저하고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한의학 원리대로라면 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의협 한특위 유용상 위원장은 “표준화, 투명성, 효율성을 원하는 시대 흐름에 따라 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해하지만 진단 및 치료방식 자체가 중구난방인데 어떻게 표준화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의학 기본 원리를 보면 표준화를 할 수 없는 체계를 갖고 있다. 그동안 한의계는 100사람의 한의사가 똑같은 사람에 대해 100가지로 진단하고 100가지 처방을 내릴 수 있다면서 이것이 한의사들의 특권인양 장점이라고 주장해왔다”고도 했다.

그는 “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겠다고 정부가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그 또한 과학적인 근거를 중심으로 만들겠다기보다 단순히 회의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의학은 점술이 아니다. 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겠다면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의학에 대한 안전성 검증 없이 한의학의 과학화·표준화를 목표로 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겠다는 것은 한의사들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의학 과학화에 투입된 비용만 1,000억원이 넘지만 그 성과는 없다. 과학적 근거 없이 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겠다는 것은 한의학 안전성 검증을 유보해 한의사들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정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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