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사태에도 역학조사관 부족, 병원 피해보상 문제 등 지적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신종감염병이 유행하고 난 뒤에야 국가방역체계 개선 등을 추진하는 ‘뒷북’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에서 지적된 문제들은 2006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에도 문제로 지적돼 보건당국이 관리대책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까지 진행했지만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이후 관리대책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했으며, 7개월 뒤인 2010년 10월 ‘신종인플루엔자A(H1N1) 유행 분석 평가 및 관리대책 개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신종플루 사태를 통해 문제로 드러난 ▲위기단계별 대응 사전 준비 부족 ▲검역인력 부족 ▲격리시설 부족 ▲역학조사 인력 확보 곤란 ▲일방적 감시기관 지정 등 민간과의 파트너십 부족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진단시스템 및 연구예산 부족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래상황의 예측이 어려운 신종전염병 상황에서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할 도구와 전담 인력이 부족해 외국자료와 추이 중심으로 대응했다”며 “중앙인플루엔자 대책본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역대책본부, 일선 보건소 간 정책 결정 관련 의사소통 및 정보공유가 미흡했다”고 했다.

또한 “각 시도 당 1명 내지 2명의 군복무대체인력인 공중보건의사가 시도 역학조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모든 전염병에 대한 역학조사 및 예방접종 이상반응 역학조사 업무를 하고 있어 업무가 과중됐다”며 “역학조사를 위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점병원 지정 기준 마련 당시 의료계와 협의가 없었고 원내 감염 고려도 부족했다”며 “신종플루 환자만 진료하는 소수 병원에 격리병상을 집중시켰다면 원내 감염 우려 축소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신종플루 환자를 진료한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피해 보상이 적절치 않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신종플루 환자 진료에 따른 병원의 피해 보상책 근거가 부족하고 실질적인 기회비용 보상기준이 미비한 실정”이라며 “구체적인 책정 기준 없이 인건비, 물품비 위주로 50억원을 긴급지원해 지원금 배분을 담당한 대한병원협회가 어려움을 표명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예측 가능한 전염병 대응 준비팀 구성 등 신종감염병 초기 대응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염병 위기 단계를 재설정하는 등 새로운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역학조사관 인력 충원 등 역학조사 체계를 개선해야 하며 국가격리병상 확충 등 국가 비상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보고서가 나온 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적됐던 문제들 대부분은 개선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김홍빈 정책기획이사(분당서울대병원)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며 “2009~2010년 유행했던 신종플루에 대해 정부가 발표한 백서 내용도 훑어 봤다. 정부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이사는 “당시 관리대책 개발을 위해 진행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메르스 사태 이후 지적된 문제점이 다 담겨 있다”며 “보고서가 나오고 5년 동안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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