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진 경기도의사회 기획부회장

[청년의사 신문 이용진]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학자들뿐만 아니라 국민들과 의료계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많다. 그러나 진단과 해결책은 서로 다르다. 정확한 진단과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우선 OECD 선진국들이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에 대해 높이 평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가격대비 만족도다. 이는 곧 의료계가 희생한 대가다.

세부적으로는 2013년 입소스(IPSOS) 발표대로 대한민국 의료는 첫째, 임상의 중 약 90%가 전문의로 구성돼 있어 초진부터 전문적인 진료가 가능하다. 둘째, 의료의 접근성이 좋다. 의원급 의료기관 외래 진료는 예약 없이 언제든 가능하고, 응급환자와 중증질환자들도 병원과 대학병원 진료가 용이하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은 전문의 진료에 평균 4주가 걸리고, 비응급성 수술은 4개월을 기다린다는 통계에 비하면 접근성면에선 우리가 세계 최고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한 접근성이 메르스 전염 등에는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할 정도로 제한이 없다.

셋째, 진단과 검사에 있어서 환자의 요구가 반영되고,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으며, 특히 암과 심뇌혈관 질환, 희귀성난치 질환 등 중증인 경우에는 보장성도 강화됐다. 넷째, 의약품 및 치료선택에 있어서 각종 법원의 판례와 의사들 스스로의 윤리의식 강화로 충분히 설명하고 듣는 상황이며 마지막으로 각 전문 진료 간 협진과 진료 시간에 국민들은 매우 높게 만족하고 있다.

그럼 스스로 높게 평가하는 건강보험제도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 가능할 것인가.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그것을 단적으로 ‘성공의 위기’라고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표현했다(개념의료, 추천사). 한국의 의료는 이미 성공의 위기라는 터널에 진입했고 그 터널의 끝에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 건강보험체계의 붕괴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으로, 이제는 모두가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학자들은 급격한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보험료, 그리고 과도한 의료 서비스를 걱정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이것과는 다르다.

그 터널의 끝은 언제까지 대학민국 의사가 저수가에 의한 무리한 진료시간과 진료 행위를 견딜 수 있을지, 이젠 다 포기하지나 않을지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그러한 징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전공의 지원 기파과에 내과가 포함되기 시작했고, 의료기관도 건강보험 적용되는 부분에는 인적, 물적 투자를 꺼리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민간의료보험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민 스스로도 이제는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이런 문제의 발단은 건강보험 초기 정착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 전 국민 의료보험까지 걸린 시간이 독일 127년, 벨기에 118년, 일본 36년이었지만, 대한민국은 12년 만에 이뤄졌다. 다른 나라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인 이유는 정치적 강제력 보다는 시행하면서 각 부분의 적정성 평가와 불만을 최소화 하는 부분, 즉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적절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험(공보험)인 경우 4가지가 함께 고려돼야 하는데 그 필수 요소는 ①가입률 ②보험료 ③급여율 ④의료서비스 가격이다.

각 부분 마다 적정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 균형 있게 진행이 돼야 하는데, 우리의 건강보험은 정치적으로 가입율을 빨리 높이는 데 최우선 순위가 있었다. ‘전국민 의료보험’이 대선공약 등 선거 과제였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에 대한 적정성 평가나 사회적 합의 없이 불균형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면 2015년인 지금은 어떠한가. 여전히 각 부분의 적정성 평가나 사회적 합의는 부족한 상태이며 위기에 대한 공론화도 부족하다. 이제부터라도 건강보험을 제대로 계획하고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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