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공공의료 정립 필요성 한 목소리…비상 시 감염병원 역할 수행 필요성 제기포괄간호서비스 확대·응급실 과밀화 해소 위한 관찰병상 도입 주장도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제2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공공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과 수익성 경쟁을 하는 의료체계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메르스 사태, 어떻게 수습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우선,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의장은 “그동안 국립대병원, 국립의료원, 각종 시도의료원들에 이익을 낼 것을 주문해왔다. 저수가 체계에서 의료기관들이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공공의료기관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제 의료체계의 취약한 현실을 정치권과 국민이 알게 됐다. 평상시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다가도 이번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전선에 나서야 할 곳이 공공의료기관”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그동안 의료기관들은 외래나 입원환자 한 명이라도 더 보는 것에 급급했다. 의료가 그래서는 안 된다”며 “공공의료의 비율을 10%에서 15% 이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정책이사도 ‘메르스 사태 이후 정책과제’라는 기조발제를 통해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 이사는 “응급실, 중환자실, 격리병실, 감염관리는 그 자체로 공공의료다. 이를 수행하는 기관은 민간이 됐든 공공이 됐든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공적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의료기관으로 메르스 확산 방지에 힘쓰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NMC) 권용진 메르스 대책본부 상황실장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 실장은 “아직 메르스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집에도 못가고 메르스 확산 방지에 힘쓰고 있는 의료진에게 당직비도 못 주면서 일을 시킬 수는 없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복기가 있어야 한다”며 “메르스 이후 의료체계 개편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병원을 짓는 것도 의사들을 훈련시키는 일도 결국 문제는 돈이다. 별도의 금액을 세금으로 마련하거나 건보 흑자분을 각종 하드웨어에 마련하는데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흑자가 없더라도 이러한 하드웨어 투자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의과학대 예방의학교실 지영건 교수도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공공병원은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동안 시스템으로도 공공의료는 민간과 경쟁할 생각만 했지 공공 부문에 있어 매뉴얼이나 인프라를 갖춰놓지 못했다”며 “지방의료원부터 시작해 국립대병원에서 이러한 매뉴얼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령 감염병이 발생하면 지방의료원에서 환자들을 다 내보내고 감염병 환자를 전담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자 상주·응급실 과밀화 숙제도 ‘여전’

이날 토론회에서는 보호자가 상주하는 병실 문화와 응급실 과밀화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서울의대 김윤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병원 내 감염관리 및 병원진료문화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발제를 통해 포괄간호서비스 확대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보호자와 간병인이 상주하는 병원의 환자 1,000명당 요로감염·병원 내 감염·병원 발생 폐렴 건수가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는 병동보다 2배에서 6배까지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포괄간호서비스에서 중증 감염 위험환자를 상급종합병원에서 맡을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를 빠르게 확대하기 위한 목표치 설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간호사 추가 배출이 6만명에 달해, 2018년에는 전체 병상의 40~50%에 포괄간호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에 대해서도, 응급환자를 우선 입원시킬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입원대기 응급환자 수용체계가 필요하다. 관찰 병상을 도입해 24시간만 입원하도록 할 수 있다”며 “또한 응급실에서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병실 복도나 회의실로 올려보내는 Hallway Protocol 도입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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