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 바로 성형외과의원들이 밀집한 강남일대다. 요즘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국내는 물론 해외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상태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벌써 두 달 째 손을 놓고 있는 성형외과의원들의 경영난도 점점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미용성형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국인 환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이미 경제적인 타격을 입은 성형외과의원들 사이에서는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평균 해외환자 예약취소율이 10%였던 반면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5월 20일 이후, 6월 한 달 평균 해외환자 예약취소율은 42%로 메르스 사태를 기점으로 32%p 증가했다.

한국 미용성형 시장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불법 브로커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국내 성형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환자의 한국의료에 대한 선호도도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정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타인의 추천 의지를 측정하는 ‘순추천지수’는 외국인 환자의 재방문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꼽히는데 중국인 환자의 한국의료 순추천지수는 -40%인 것으로 나타났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또 다른 소식이 국내 미용성형 시장을 어둡게 하고 있다. 강남일대 성형외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가 중국인 불법 브로커와 결탁해 중국 상하이 미용실에서 얼굴 윤곽수술 등을 시행했다는 정황이 공안에 포착된 것이다. 의사 A씨가 의료기관도 아닌 중국 미용실에서 전신마취가 필요한 위험한 수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성형외과계도 발칵 뒤집혔다. 정부와 함께 불법 브로커 근절에 소매를 걷어 올린 찰나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한 관계자는 “의사 A씨와 결탁 관계가 있다는 중국인 브로커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브로커 중 하나였다. 투명하고 안전한 의료시장을 만들기 위해 나선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앞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야 할 수많은 후발주자들에게는 기회조차 없어지게 되는 셈”이라며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불법 브로커를 비롯해 메르스 사태, 중국 미용실 원정성형수술 등의 일이 반복된다면 결국 공들여 쌓아 놓은 메디컬 코리아에 대한 이미지는 실추될 게 뻔하다. 더욱이 정부가 해외환자 유치에 아무리 힘쓴들 이런 사건 하나로 인해 그 효과가 반감된다면 그 또한 국가적인 손해다. 무엇보다 국내 성형수술 환자 수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어떻게 의사 윤리를 져버리는 이같은 행위를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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