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담배소송 5차 변론서 흡연에 대한 확실한 인과관계 증명 자부담배회사들, 개별적 요인에 대한 추가 증거가 필요…자료 신뢰성 의심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10명의 폐암환자 중 9명이 흡연을 했다고 해서 '흡연=폐암'의 공식이 성립할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폐암환자 3,484명의 문진표를 흡연과 폐암간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근거로 제시하자, 담배회사측이 개인의 가족력이나 생활습관, 지병 등에 대한 판단도 추가로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공단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466호 법정에서 열린 담배소송 제5차 변론에서 폐암 발병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근거인 문진표에 대해 설명하고, 역학 연구결과가 개인의 인과관계를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공단으로부터 537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한 (주)KT&G, 한국필립모리스(주), (주)BAT코리아 측은 "역학 확률은 평균치일 뿐 개개인의 원인을 대신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먼저 공단은 이날 "인과확률이 확률을 나타내는 것이라 객관적 진실은 아니지만 이것은 모든 사안에 대해 적용되는 것이다. 인과확률이 90%이상 매우 높으면 가능성 판단이 용이하다"며 "이를 불법적인 부분을 판단할 때 영향을 줘야 한다"고 했다.

흡연자의 폐암 확률이 높은 만큼 이로 인한 요양급여비용 지출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가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최근 캐나다 퀘벡 주의 집단 담배소송에서도 "상대위험도가 최소한 2인 경우 인과확률 50%라는 법적 기준을 충족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12갑년 이상 흡연한 폐암환자,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환자에 대한 156억 달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또 국내 연구에서도 폐암 기여위험도가 최대 95.4%이상, 최소 95.1%로 나와 흡연은 폐암의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됐다고도 했다.

아울러 담배회사측에서 "폐암 발병에는 스트레스, 식이, 유전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한 주장에 대해서는 "그러한 요인이 결코 질병의 원인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와 달리 흡연은 발병의 압도적인 주된 원인"임을 공단은 강조했다.

특히 이번 소송이 흡연자 개인이 아닌 공단이 제기했고, 담배제조 및 판매로 인한 직접 청구인 만큼 인과관계의 입증대상은 담배회사의 담배 제조 및 판매과정의 위법성과 사회전체의 유의미한 암 발생 증가의 인과관계라고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KT&G는 "주머니안에 빨간 공이 90개, 흰 공이 10개가 있으면 빨간공을 뽑을 확률이 90%이지만, 개별적으로 본다면 흰 공을 뽑고도 빨간색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이를 담배 소송에서도 적용하는 것은 개인을 무시하는 것이고 계산의 편의에 그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결핵은 결핵균에 노출돼 걸리는 감염성 질환이라 인과관계가 명확히 대응하지만 흡연은 반드시 폐암이라고 대응시킨다면 흡연하고 폐암에 안걸리는, 흡연을 안하는데 폐암에 걸리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특히 공단의 문진표 등에 대해서 "특정질병, 어떠한 질병에 걸렸는지 입력 코드가 많아서 잘 모르겠고 진단명의 정확성 확인, 문진표 등도 가공된 자료인 만큼 신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필립모리스측도 "공단이 일정수준 이상의 흡연력과 상관관계가 높은 질병 발생 등을 이야기 하는데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이러한 요인만으로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며 "개별적인 사정을 확인해서 그것들을 통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변론 시작에 앞서 성상철 이사장은 "지난달 캐나다 흡연자들이 담배소송에서 긍정적인 판결이 있었다"며 "우리와 같은 맥락의 소송인 만큼 승소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단이 3,484건의 폐암환자의 대면조사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에 담배회사측 변호인이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할 것"이라면서도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암에 있어서 흡연의 인과관계가 확실한 만큼 다른 납득할 만한 원인을 제시하지 않는 한 우리의 자리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민들이 담배소송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합리적인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많이 도와 주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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