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략기획단장

[청년의사 신문 이주호] 한국형 메르스(MERS) 사태! 그것은 민간 주도 한국 의료가 만들어낸 ‘인재’이다.

지난 5월 20일 첫 확진 환자 발생이후 총 환자 수 182명, 이 중 병원 종사자는 36명으로 20%나 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의사 7명, 간호사 13명, 간병인 8명, 방사선사 2명, 이송요원 1명, 구급차 기사 2명, 안전요원 2명, 전산 업체직원 1명이다. 왜 이렇게 의료종사자들의 감염률이 높을까?


방역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메르스 전사’ 로 불리며 국민적 응원을 받고 있는 의료진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의사, 간호사,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방역정보, 매뉴얼 부재와 사전 교육 훈련 부족, 완벽한 개인보호장구를 갖추지 못한 채 대체인력 부족과 누적된 격무로 인해 언제든 감염될 수 있다는 위협 속에서 문자 그대로 메르스와 죽음을 건 전쟁, ‘사투’를 벌이고 있다.

메르스 전파경로가 주로 병원 내 감염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감염 원인으로 허술한 병원 설립 안전 기준과 부실한 의료기관평가인증제도, 응급실 과밀화, 12인실로 상징되는 다인실 병실과 개인가족 간병, 부족한 인력과 관리밖에 있는 비정규직 확산, 원내 공조시설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병원에 오면 없는 병도 새로 얻어 갈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쉰다.

바로 이런 원인 때문에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의료종사자들의 감염률이 높고 평소에도 환자안전, 직원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 병원 감염예방, 안전시스템 구축을 위해 여러 방안들이 제출되고 있지만 가장 효과적이면서 기본 출발선은 간호사 인력충원을 통한 보호자없는 병원(포괄간호서비스) 전면 시행이다.

보건의료노조가 2009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온 보호자 없는 병원 제도화는 지자체의 공동간병사업 확대와 서울시 환자안심병원 실험에 이어 최근에는 보건복지부 포괄간호서비스 수가시범사업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시범사업기간이 더 단축되고 내용적으로 보완되면서 전면 시행시기를 앞당길 것을 요구받고 있다. 간호사대 환자비율이 1:7 로 진행 중인데 현장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기준이 1:4로 상향조정되어 간호인력이 더 충원돼야 한다. 보조인력이 더 투입돼야 한다. 양질의 정규직 고용을 유도하기 위해 비정규직 채용시 수가를 1/2로 깎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리고 안전한 병원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보건의료인력 업무를 전담하는 ‘보건의료인력원’을 설치하여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의 체계적 수급계획 수립과 실태조사, 근무환경개선 등을 국가가 책임 있게 수행하기 위해 이미 국회에 발의되어있는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도 이번엔 반드시 통과시켜야한다 미국, 캐나다, 호주 식의 인력기준법(Ratios)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던진 과제인 공공의료 확충, 안전시스템 구축, 인력 충원은 많은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말로만 종합대책 수립을 외치면서 실제는 연구 용역을 주고 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점진적으로 하자면서 변화의 시간을 지체한다.

이제 기재부는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재원을 내놓아야한다. 시설 장비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그것을 운영할 수 있는 인력 등 소프트웨어에 재원을 적극 투자해야한다. 그것이 한국형 메르스 사태를 초래한 무능한 정부가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무이다.

‘안전은 어떤 경우에도 협상 대상이 아니며 안전은 비용의 문제로 접근하면 안된다’, ‘한국 병원의 간호인력 수준과 다인실 구조는 아프리카 수준이다.’

지난 6월 16일에서 26일까지 세계간호사대회 참석차 방한한 캐나다 간호사노조 린다 실라스 위원장이 국회 특별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공공의료 99%, 국가 재정으로 전 국민 무상의료를 엄격히 시행하고 있는 나라, 간호사대 환자 인력비율이 1:3∼4인 캐나다에서 온 간호사 대표가 우리에게 던지는 비판적 메시지는 울림이 크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 대한민국은 경제성장의 과실과 국가 예산을 공공의료, 안전, 인력에 더 투자해야한다. 지금이 바로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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