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다인실을 확대하는 것은 과거 우리 정부의 일관된 정책 방향이었다. ‘누구나 저렴하게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정책 목표가 확고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준 병실’은 오랫동안 6인실이었다. 하나의 병실에 여섯 명의 환자와 여섯 명의 보호자/간병인까지, 총 12명이 복작대는 그 공간은 한국의료의 허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었다. 6인실은 터무니없이 쌌고, 1~2인실은 그 반작용으로 터무니없이 비쌌다. 6인실의 번잡함을 피하고 싶은 중산층은 높은 병실 차액을 부담하느라 허리가 휘었고,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들은 12인실이라는 비인간적 환경에 시달리면서도 저렴한 비용을 생각하며 불평하지 못했다.

그리고 메르스 사태가 터졌다. 정부의 초동 대처 미흡이 바이러스 감염과 같은 급성 질환이었다면, 6인실 위주의 정책은 한국의료가 안고 있던 오랜 지병이었다. 12명이 한 공간에 머물면서 병균을 주고받는 일이 다반사라서 원내 감염 문제가 심각했지만, 정부의 무관심과 의료계의 체념 속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긴 세월을 허송한 대가를 치른 셈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와중에도 정부는 다인실 위주의 병원문화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다인실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사실이다. 메르스가 한창 확산되고 있던 지난 9일,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다인실 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높이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가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메르스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고쳐야 할 것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우리의 병실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아도 되는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고, 병문안 관행을 없애고 면회 시간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인실 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다인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다인실 위주의 정책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적기다. 기준 병실을 4인실로 정하고 2~4인실까지 일부 보험 혜택을 주려는 기존 정책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다인실 문제 개선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대형병원 환자 쏠림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가뜩이나 메르스로 큰 타격을 입은 의료기관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걱정은 오히려 사소해 보일 정도다.

다인실 문화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건강보험료 인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도 옳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원내감염 문제가 요즘처럼 국민적 관심사가 될 것이며, 건강보험제도의 대대적 개편에 대한 대중적 동력이 마련되겠는가.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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