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이 대한민국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까지 급속히 번지고 있다. 첫 번째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도 정부는 선제적 방어는 고사하고 늘 뒤통수 맞기에 급급하다. 이게 다 구멍 뚫린 방역체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메르스의 감염 경로를 파악하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최전방에 투입된 역학조사단만 봐도 알 수 있다.

메르스 확진자만 154명(6월 16일 기준)에 격리대상자는 5,000여명에 달하지만 역학조사단은 고작 34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34명 중 전문 역학전문가인 보건연구관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32명은 대체 복무를 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들로 구성돼 있다. 본격적인 역학조사에 앞서 교육이 실시되지만 단발성에 그쳐 전문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여론이 대부분이다.

더욱이 역학조사관으로 파견된 공보의들은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과 전문의들이 전부다. 현장에서 배운 대로, 또 여기에 더해 알고 있는 지식을 보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공보의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업무 프로세스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비까지 들여가며 휴일에 새벽까지 근무를 서고 있지만 ‘허술한 역학조사로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는 오명만 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신종인플루엔자 사태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역학조사에 필요한 정보, 조사인력 확보가 곤란하다는 점은 이미 사스와 신종인플루엔자 상황과 똑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지난 16일 예방의학회에 협조를 얻어 예방의학 전공의를 비롯한 간호사, 보건학 전공자 등 90여명으로 구성된 민간역학조사반을 현장에 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주먹구구식 임시방편으로 땜 질 할 것인가. 미국은 지난 65년간 매년 역학조사 전문가를 80여명씩 뽑아 2년씩 교육시켜 5,000여명을 배출시킨 바 있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선제적 방어를 위해서는 이제는 제대로 된 역학전문가 양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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