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의심 미신고 처벌 방침에 “책임 떠넘기기” 비판…관리체계 구축 시급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의료계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메르스 감염 환자가 18명까지 늘어난 상태에서 신속하고 체계적인 방역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스 의심 환자 내원으로 일부 대학병원이 응급실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제2의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메르스 의심 환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의심 환자로 인해 뜻하지 않게 휴진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개원의 등 일선 진료 현장에서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메르스 의심 환자를 신고하지 않는 의료기관은 처벌하겠다고 하자 의료계 내에서는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가고 있다.

한 개원의는 “병원을 찾아온 환자가 메르스 감염이 의심된다고 신고하면 나는 물론 직원들도 2주 동안은 격리돼야 하고 그 동안 병원 문은 닫을 수밖에 없다”며 “민간의료기관들이 정부의 미흡한 초기 대응으로 확산된 메르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돌아오는 건 의심 환자를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협박 뿐”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원협회는 1일 성명서를 통해 “메르스 의심 환자를 정확하게 발견하기 위해서는 모든 의료인이 메르스 환자가 방문했던 병·의원과 머물렀던 시간을 정확히 알아야 하며 메르스로 확진된 환자의 신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이런 조건이 전제되지 않으면 의심환자를 정확하게 발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의원협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 환자를 심고하지 않으면 벌금형에 처하겠다고 하는 것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의료인에게 떠넘기겠다는 한심한 발상”이라며 “이런 태도는 과거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복지부의 허술한 전염병관리대책과 민간의료기관을 강제적으로 거점병원으로 지정해 의료인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전염병 치료를 맡겼던 엉터리 대책을 또다시 답습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원협회는 “현 상황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를 가장 잘 선별하고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의심 증상, 접촉 병력 등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하고 대중교통이 아닌 개별적으로 메르스 의심 환자만을 진료·관리할 수 있는 별도 시설로 이동하게 하는 것”이라며 “일반 고위험군 환자들이 많이 몰려 있는 민간의료기관에 메르스 의심 환자가 아무런 제재 없이 진료 받게 하고 접촉력을 확실히 파악할 수 없는 의료인에게 신고의무를 어겼다고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가 메르스 의심 환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메르스 확산 방지에 나서는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도의사회 이용진 기획부회장은 “아직도 환자는 대중교통을 통해 지역 병·의원에 내원하고 있다”며 “메르스 의심 환자는 응급구조사를 통해 동네 병·의원이 아닌, 전염 예방 조치가 충분히 돼 있는 지역 거점병원으로 바로 이송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일부 대학병원은 메르스 의심 환자로 인해 응급실까지 폐쇄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일반 응급환자에 대한 조치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더 늦지 않게 지역 거점병원에도 메르스 환자만을 위한 독립된 진료소를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지금까지 우리나라 의료인은 국민건강을 위해 사망률이 높은 전염병 진료에도 최선을 다해 왔지만 정부는 격려와 감사보다는 감염병예방법의 벌칙 적용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만 발표했다”며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한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실제적인 보상을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대한의사협회와 의료계는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과 대한병원협회는 이날 오전 긴급 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메르스 관련 정보 공유와 시설·장비에 대한 협조, 별도 격리시설 마련 및 지원, 신고센터 간소화 등 시스템 마련에 대한 정부 지원 방안을 요구하기로 했다.

의협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이번주가 메르스에 대한 최대고비로 판단되며 전국 의료기관에 적극적인 공조를 요청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의협과 병협의 긴밀한 협조 속에도 의료인의 과실 등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정부의 태도를 지양하고 국가적 재난상황에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의료인들의 독려 기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병협 이계융 상근부회장은 “감염정보 안내, 대응 매뉴얼 등 의협과 병협이 신속한 현장대응 및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 민 건강과 생명,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러한 의협과 병협의 노력에 정부가 화답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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