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수가협상 종료…공단, 지난해보다 낮은 수치 던져공급자, 내달 1일 오전 부대 수용여부 통보…공단, 부대 수용시 +α 약속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처음으로 제시한 수가인상률이 턱없이 낮자 공급자들의 관심이 부대조건으로 쏠리고 있다. 단편적으로 공급자단체들은 하나같이 목표관리제 수용은 불가능하다고 정색하지만, 전면 거부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 고심만 깊어지고 있다.

지난 29일로 공단과 공급자단체간의 3차 수가협상이 마무리됐다. 모든 단체들은 야심차게 준비한 수치(수가인상률)를 던졌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형편없었다.

공단이 작년보다 낮은 수치를 제시함으로써 건강보험 흑자 13조원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대신 최악의 상황인 ‘동결(인상률 제로)’은 피한 듯 보인다.

지난 28일과 29일 이틀간 진행된 3차 협상에서 공단은 “추가재정소요액(밴딩)이 지난해보다 현저히 적다”라고 선전포고하고 그에 따라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의 수치를 제시했다.

이에 협상을 마친 공급자들은 한목소리로 “수치 간극이 컸다”며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대한병원협회 이계융 단장은 “각종 공식과 경영관련 통계, 진료량을 분석해 ‘5.6% 이상’의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단이 제시한 것과는 간극이 컸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이영민 단장 역시 “공단과 서로 수치를 제시했는데 기대에 너무 못 미치는 수준이라 밝힐 수도 없다”면서 “예전에 어려울 때 고통을 함께 나눴음에도 이제 와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숙희 단장은 “작년과 비교하면 생각보다 (공단이 제시한) 수치가 높지 않아 고민이 많이 된다”며 “건보 흑자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작년만도 못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아예 간극이 너무 커서 수치에 대해서는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을 잘랐다. 다만, 건보 흑자에 대한 수가인상폭에 대해서는 일부 수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치협 마경화 단장은 “곳간을 다 풀어달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부잣집 잔치상에 반찬 하나가 더 있듯이 수가협상을 할 때에도 최소한의 이런 분위기는 있어야하는 것은 아니냐는 말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수치를 받았던 대한한의사협회 김태호 기획이사도 “인상률에 대한 기대치가 깨졌다며 통계적 수치를 보는 공단과 시각차이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醫·病 “목표관리제 불가”…藥·齒·韓 “고민 중”

공단이 낮은 수치를 제시함에 따라 단체마다 부대조건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공단은 모든 단체에게 ‘목표관리제’라는 부대조건을 공통적으로 제시했으며, 병협만 ‘ABC(Activity-Based Costing) 원가자료 제출’을 하나 얹어준 상태다.

이에 대해 의협은 부대조건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김숙희 단장은 “목표관리제는 결국 총액계약제로 가자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를 하루 이틀에 결정할 문제도 아닐뿐더러 회원들의 정서나 우리나라 의료상황을 감안할 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의협은 공단의 부대조건을 대신할 차선책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보겠다는 계획이다.

김 단장은 “건보 재정절감을 위해서 공단과 함께 노력을 할 수는 있지만 목표관리제가 부대조건이 될 수는 없다”며 “협상을 하려고 했으나 이제는 투쟁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병협 역시 목표관리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원가자료에 대해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병협 이계융 단장은 “목표관리제가 수가를 더 주려는 것이 아닌 더 쥐어짜려는 것인 만큼 협상단이 오케이를 할 수 없지 않겠냐”며 “ABC 원가자료는 적정수가를 산정하는 표본값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는 등 접점을 찾아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며 지금 (수용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협상을 치른 치협은 부대조건의 구속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도 현실화 방안에 대해 공단과 심도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협 협상단은 목표관리제라는 이름이 너무 거창하고 구속력이 큰 만큼 단계별로 (부대조건을) 만들어 나가자고 공단에 역제안을 했다.

마경화 단장은 “목표관리제는 갑자기 차를 만들어놓으라고 하는 격이다. 엔진부터 만든다던가 하나씩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면서 “현재 받은대로라면 고민을 해봐야한다. 진료량을 조절할 방법도 없고 회원에게 설득할 방안도 없는 상태다”라고 전했다.

한의협 김 단장은 “인센티브도 모른채 제시된 내용만으로 검토해야하니 조심스럽다. 회원 정서상 부정적인 부분이 많아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단은 모든 단체에 행위량을 통제할 수 있는 목표관리제를 제시하고 이를 수용할 경우 수가인상률에 ‘+α’를 더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기본적인 밴딩이 적은 상황에서 +α를 차지하는 단체가 어디냐에 따라 타 단체에게 떨어질 몫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이에 따라 공급자들은 주말까지 부대조건의 수용여부를 검토한 후 내달 1일 오전 10시경 최종 입장을 공단에 제시할 예정이다. 그러면 공단은 재정운영소위원회를 열고 단체별 입장을 최종 보고한 후 +α에 해당하는 밴딩을 추가로 확보해 최종 협상에 들어서게 된다. 협상 최종 기한은 이날 자정까지다.

한편, 지난 29일 치협 최남섭 회장은 공단을 깜짝 방문해 협상단을 격려하고 협상직후 상황을 보고받기도 했다.

협상 직전 최남섭 회장은 “격려차 방문했다. 오늘이 협상의 끝은 아니기 때문에 힘을 불어 넣어주기 위해 왔다”며 협상단에게는 “부담을 갖지 말고 협상에 임하라”고 협상단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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