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009년 소위 ‘김 할머니 사건’ 이후 6년 만이다. 2013년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권고안이 마련되면서 법제화가 눈앞에 온 듯했지만, 여러 가지 논란 속에서 2년의 시간이 더 흘렀다. 법제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이견이 없었지만, 세부 사항들에 관한 논란 때문에 그간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되어 왔다.

지지부진하던 관련 논의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임종과정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을 준비하면서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김 의원의 이번 입법 시도는 그동안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임종환자에 대한 연명의료를 결정함에 있어 큰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의료현장에서 연명의료 여부는 가족과 담당의사의 협의에 의해 주로 결정돼 왔다. 하지만 뚜렷한 법 규정이나 원칙이 마련되지 않아 ‘암암리에’ 행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실시하지 않는 ‘유보’의 경우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이미 시작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문제는 훨씬 까다로웠다. 그로 인해 환자, 가족, 의료진이 모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죽음의 질이나 의료비 증가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실제로 의료계 현장에서는 연명의료를 어느 선까지 해야 할지를 두고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 사이에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2009년을 기준으로 중환자실을 보유하고 있는 병원 중 중환자실에서 연명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555명으로 전체 입원환자의 1.64%에 달했고, 그 중 뇌사환자가 5%(77명),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식물상태를 보이는 환자도 18.4%(286명)나 됐다. 게다가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해 작성하는 사전의료의향서의 경우 병원마다 서식과 내용이 제각각이라 의료기관의 혼란 해소에 별 도움이 안 됐다.

그 동안 국민들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9명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고(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자료), 92.4%가 연명의료 결정을 위한 법률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보건복지부 발표자료). 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안을 바탕으로 제도를 만들 여건은 충분히 성숙됐다.

사전의료의향서 등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의 규정, 환자의 명시적 의사가 없을 경우의 대처 방법, 연명의료 결정 대상의 범위 등 세부적인 논란이 남아 있지만, ‘말기’가 아니라 ‘임종기’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 만큼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활성화 등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에 대한 적절한 서비스 확충 등의 과제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죽음의 질’은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이다. 이번 법제화를 통해 죽음의 질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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