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의과학자 양성 한 목소리…"의사국시에 기초의학 포함해야"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산업 분야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의과학자 양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은 물론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초의학협의회와 MRC협의회가 지난 21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2015 기초의학협의회 & MRC협의회 공동심포지엄’에서는 국내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방안을 두고 열띤 논의가 펼쳐졌다.

먼저 KAMC 강대희 이사장은 ‘의과학자 인재 양성의 중요성과 국가와 대학의 역할’이라는 발제를 통해 그 동안 정부가 실시한 국내 의과학자 육성 지원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강 이사장은 “솔직히 국가사업으로 의과학자 양성 사업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의과학자를 키워야 한다면서 의학전문대학원에 등록금 지원 정도가 다였다. 더욱이 의전원이 축소되면서 인재양성 시스템으로서 기능이 유명무실해 지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원천기술 개발사업 및 병원 내 임상의과학자 수련프로그램 지원사업은 대상을 임상의사(MD)로 한정하거나 과중한 진료업무로 연구 활동이 어려운 임상의사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사업 본연 목적달성을 위한 구조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지금부터는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인재양성 사업의 명확한 목표와 방법, 적극적인 실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과학자 양성은 정부 차원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기초의학이나 의과학자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해 왔다. 이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라며 “의과학자 양성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의료기술) 연구비를 연구비답게 받아본 게 10년 정도 밖에 안 됐다. 의료 인력 양성에 국가 지원이 없는 유일한 나라가 우리나라다”라며 “좋은 의사 만드는데 도움은 안 주면서 의사가 되면 쥐어짜기만 한다. 의과학자를 왜 정부에서 키워야 하는지 공감대 형성을 위해 의사들도 힘 써야 한다”고도 했다.

의과학자, 새로운 역할 정립 필요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정부의 재정적인 뒷받침을 얻기 위해서는 기초의학이 문제해결을 중심으로 자연과학-공학-임상연구를 연계하는 플랫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성지은 연구위원은 “단기간 내 성과를 보여줘야 하고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이 분화된 구조 속에서 기초의학은 지원받기 힘든 구조에 놓여있다”며 “의과학은 굉장히 화려하지만 정책적으로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연구위원은 “치료의 개념을 넘어 예방-관리-치료를 통틀어 비의학적 관점에서 접근시켜 임상연구와 차별화해야 한다”며 “임상이나 기초의 분과 개념으로 갈 게 아니라 새로운 기초의과학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한 때”라고도 했다.

이어 “기초의과학이 다학제적 융·복합 연구 확대와 기초-임상 간 중개연구 활성화를 통해 문제해결 중심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방향으로 기초의학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기초의과학 재정지원에 대한 정부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 의과학자 육성 예산 10배 늘려

정부도 미래 성장 동력분야 중 하나로 바이오산업을 꼽고 의과학자 양성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성과에 따라 예산이 삭감된 것은 물론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부재로 우수학생 유인에 사실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 주도의 의과학자 육성지원사업 예산은 지난 2008년 10억을 시작으로, 2010년 30억으로 늘었다가 2011년 19억6,000만원을 기점으로 올해 8억7,000만원까지 삭감됐다.

이에 따라 지원 인원도 2008년 52명에서 2009년 102명으로 예산 증가에 따라 큰 폭 상승했으나 2010년 86명, 2011년 87명, 2012년 86명, 2013년 77명, 2014년 57명, 2015년 53명으로 매년 줄고 있다.

예산이 줄어들면서 학생 1인당 지급되는 지원금도 부족한 수준이다. 때문에 우수학생 진입을 위한 유인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유지완 대학학사제도과장은 “2011년부터 예산이 급격히 삭감됐다. 정부가 R&D 사업을 모아 평가하면서 의과학자 양성 사업도 함께 평가 받았다. R&D적 성격이 있긴 하지만 공부하고 있는 학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특수성을 인정해 줘야하는데 실적만 갖고 평가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 과장은 “올해도 9억이 조금 안 되는 수준으로 예산이 책정됐다. 매년 줄고 있는 실정이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사업을 통해 논문 수도 증가 추세이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인정받지 못해 안타깝다. 이 사업에 대한 지원규모를 대폭 늘리는 시작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는 2016년부터 지원규모를 10배 가까이 늘린 94억원을 투자하는 의과학자 육성지원 사업 개선방안을 내놨다.

우선 현행 MD-PhD를 포함해 MD 소지 석·박사 통합과정까지 지원대상을 확대했다. 또 MD-PhD는 7년 이내, 박사과정은 3년 이내 등 과정별로 지원기간에 차등을 뒀다.

지속적으로 의과학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박사 후 연구자(Post-Doc) 지원(5년 이내)을 통해 생애주기 지원 체계도 마련했다.

연구지원비의 경우 현행 등록금과 연구 장학금(500만원) 등 평균 2,000만원 내외로 지원했다면 향후 대학원생 지원비는 연간 3,000만원으로 상향시키고 Post-Doc 지원비를 신설해 1단계는 연간 6,000만원, 2단계는 1억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더불어 형식적인 연차평가를 해오던 성과관리도 중간평가에 따라 계속적인 지원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유 과장은 “지금은 9억원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10배 수준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부) 내부 결재를 받은 사안이고 최종적으로 기획재정부의 예산심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지만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산을 작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10배로 뻥튀기 하는 거다. 황당하다는 소리도 많이 듣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 사업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고 있다. 의대 학장들이 도와주면 사업 규모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의과학자 의대에서부터 만들어야

의과학자 양성을 위해 기초의학 수련과정의 표준화 인증과 인정의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초의학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과학자에 대한 개념 정립을 시작으로 의대 교육목표도 의과학자양성 개념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초의학협의회 전용성 기초의학교육위원장은 “의사들이 연구해야 한다는 걸 의대 다닐 때 알아야 하는데 의대 교육목표나 과정은 그렇지 않다. 임상을 위한 기초라고 본다. 그렇게 교육 받은 의대생들은 연구를 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교육 목표부터 의과학자 되는 것도 의사의 길 중 하나라는 걸 알려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면허 국가고시를 볼 때 기초의학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연구재단 박영민 의약학단장도 “의과학자 개념부터 정립이 안 돼 있다. 의과학자에 대한 제도와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국가적으로 제도가 정비돼야 의과학자 직무가 보존되고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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