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회 근거중심의학위원회, 백수오 효능에 대한 임상적 근거 문제 지적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이엽우피소와 같은 ‘가짜 백수오’뿐만 아니라 진짜 백수오 역시 갱년기 증상 완화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가정의학회 근거중심의학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최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제공하는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를 통해 백수오, 백하수오, 이엽우피소 등을 검색어로 논문을 검색한 결과, 백수오 효능과 관련해 단 1편의 임상시험 논문만이 검색됐다고 밝혔다.

해당 키워드로 검색된 논문의 총 수는 164건이었지만 이 중 해당 물질에 관련된 논문은 20편이었고 그중 13편은 동물실험연구, 6편은 실험실연구였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월경전 증후군의 증상완화’에 대한 논문 1편뿐이었고, 수동 검색을 통해 갱년기 증상에 대한 논문이 1편 더 추가로 검색됐다.

위원회 따르면, 백수오 효능에 대한 첫 임상시험으로 알려진 논문은 지난 2003년 한국생물공학회지에 발표됐다.

해당 연구에서는 48명의 폐경기 여성을 두 군으로 나눠 한 군(24명)에는 백수오, 속단, 마른 생강, 당귀, 칼슘 등으로 구성된 복합추출물 FGF271(Female Growth Factor 271)인 천연 여성호르몬 대체제를 투여하고, 나머지 한 군(24명)에는 위약을 투여했다.

이를 3개월 동안 지속한 결과 백수오 복합추출물을 섭취한 군의 58.3%가 폐경 증상 호전을 보인데 반해, 대조군은 21.7%의 호전만 나타났다는 것이 논문의 주 내용이다.

논문은 이를 바탕으로 “백수오 등이 포함된 복합추출물이 갱년기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했으나, 이를 백수오의 갱년기 증상 완화효과 입증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위원회의 지적이다.

이에 위원회는 “연구대상자 수도 적고 백수오를 단독으로 사용한 연구도 아니다. 때문에 백수오가 갱년기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결론내릴 수 없다”고 했다.

국내 연구뿐만 아니라 해외연구에서도 백수오는 갱년기증상 완화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원회가 국제학술지에 백수오, 백하수오, 이엽우피소를 검색어로 입력한 결과,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된 임상시험은 1편에 불과했으며 그마저도 백수오의 효능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

해당 연구는 지난 2012년 파이토써라피 연구(Phytotherapy Research)에 발표된 것으로 미국에서 시행됐다.

연구에서는 64명의 폐경기 여성을 대상으로 백수오, 당귀, 속단의 3가지 혼합물인 상품명 에스트로지-100(EstroG-100)의 폐경기 증상 완화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31명에게는 에스트로지-100을, 33명에게는 위약을 12주간 투여한 뒤 그 효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에스트로지-100을 투여한 그룹에서 안면홍조, 불면, 신경과민, 우울, 피로 등의 폐경기 증상이 유의미하게 완화됐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위원회는 해당 연구도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집단의 비율이 균질하지 않고 연구대상자 수 역시 적었으며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있는 건강기능식품 제조회사 관계자가 공동저자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근거중심의학위원회 명승권 위원장은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을 검색한 결과 여성의 갱년기 증상 개선에 대한 백수오 효능 관련 임상시험 논문은 국내 1편, 국외 1편으로 총 2편이었다”며 “두 임상시험 모두백수오뿐만 아니라 여러 성분이 함께 들어가 있어 백수오 단독으로 갱년기 증상 완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명 위원장은 “백수오는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등급이 4등급 중 3번째에 해당하는데 이는 임상시험 1편만 있으면 받을 수 있는 등급이다. 결국 백수오도 그 기능이나 효능이 아직 임상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백수오든 이엽우피소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명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건강기능식품 인정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임상시험이 미흡한 경우라도 건기식으로 인정해주고 있는 현재의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제 2, 3의 백수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건기식의 개념과 기능성 등급을 재검토하고 제도를 개선해 안전성을 보다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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