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이혜선] 국내 제약업계의 최근 이슈는 '윤리경영'이다. 지난해 7월 한국제약협회가 공정거래 준수를 선포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내부 공정거래 자율준수(Compliance Program, 이하 CP)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동아ST, 동아제약,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한독, JW중외그룹, 신풍제약, 현대약품 등 많은 제약사들이 CP강화선포식 등을 개최하고 내부 단속에 돌입했다.

자체 윤리경영 핸드북을 발간하거나 자율준수 여부를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의 행동에 나서는가 하면,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높은 CP등급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공정거래 자율준수 강화 분위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동아ST는 자체적으로 공정거래자율준수의 날을 제정해 공정거래 의지를 다졌고, 녹십자는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내부제보시스템을 오픈해 불법적인 요소를 차단하고 나섰다.

제약협회는 더 나아가 이사회에서 여전히 불법 리베이트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제약사를 무기명으로 적어내는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지난해가 CP강화 추세의 강도가 1단계였다면 올해는 2단계쯤 되는 셈으로, 점차 CP를 도입 운영하지 않는 제약사는 설 땅이 없어지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에 동화약품도 CP강화 선포식을 개최하며 편승했다.

동화약품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거래 자율준수 문화를 확산시키고, 전 직원이 선서를 통해 CP를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CEO 산하 자율준수 전담조직도 재정비하고, 윤리규약집 전면 개정 배포 및 법인카드 클린 가이드라인 제공 등과 내부고발제도 핫라인도 운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동화약품의 이번 CP강화 선포는 왠지 마지못해 진행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기적으로 다른 제약사들보다 한참 늦었을 뿐더러, 타이밍도 대형 불법리베이트로 질타를 받은 이후이기 때문이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12월 단일 제약사로는 역대 최고액인 50억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물론, 적발 이후 내부단속과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화약품의 불법리베이트 적발 사실은 예견됐던 일이었다. 동화약품의 불법리베이트를 검찰은 지난해 12월에 발표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처음 적발된 때는 2013년이었다.

즉, 동화약품은 불법리베이트 적발된 지 2년여 후에서야 공정한 거래를 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회사 내부적으로 CP를 강화해 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불법리베이트 적발 시기 등을 고려하면, 여론이나 사정기관의 눈치를 보다가 선포식을 가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동화약품이 자랑하는 국내 최장수 제약기업으로서는 너무 소심한, 또 과거를 털고 새롭게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도 약해보이는 행보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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