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최근 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이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창구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사무장병원 단속이 계속되자 부담을 느낀 사무장들이 의료생협 설립을 통한 의료기관 운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인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완화된 설립 기준이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에 따른 의료생협 설립 기준은 ‘최소 조합원 수 300명, 최저 출자금 3,000만원’이다. 하지만 1인당 최저 출자금 규정이 없고 30명 이상 발기인이 조합 설립을 발기해 시·도지사에게 신고, 설립인가만 받으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사실상 30명 이상의 이름만 빌리면 설립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설립한 의료생협은 합법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지난 2010년 9월 생협법 개정으로 비조합원의 의료생협 의료기관 이용도 쉬워져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도 마련됐고 공익기관이라는 이유로 세제 혜택도 크다.

비의료인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사무장병원 운영과 달리 의사 섭외를 암암리에 할 필요도 없고, 정부 단속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으며, 세금까지 덜 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무장병원이 생협으로 전환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의료생협의 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08개이던 의료생협은 지난 2011년 225개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의료생협이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설립의 우회경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사무장병원에서 의료생협 의료기관으로 갈아탈 수 있게 각종 업무를 대리해 준다는 광고까지 등장했다고 밝혔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사무장병원의 폐해는 의료계는 물론 전 국민에게 미친다. 불필요한 치료가 남발되고, 부당 및 허위 청구가 늘어난다. 환자 개개인에게는 물론 건강보험 재정에까지 큰 부담이 된다. 건전한 의료생협들의 운영에도 악영향을 준다.

2009년 이후 급증한 의료생협 전체를 사무장병원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정부의 면밀한 확인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심평원 청구자료 등을 뒤져보면 생각보다 쉽게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의료생협의 발기인 중 과거 사무장병원 운영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생협법을 재개정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이미 설립된 의료생협의 실태를 점검하고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곳을 철저히 단속해 강력히 처벌하는 일이 필요하다. 결국 문제는 정부의 단속의지다. 정부가 단속을 미룰수록 의료생협을 가장한 사무장병원은 더욱 늘어날 것이며 그 수법도 더욱 교묘해질 것이고, 나아가 의료 생태계를 망가트릴 것이 자명하다. 실질적인 근절 방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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