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얀센 아시아태평양 그룹 크리스 스터켄스 회장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결핵 치료제는 내성과 상호작용 문제 등 개발과정에서도 적잖은 어려움이 있다. 더욱이 희귀난치성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서 빈번하게 발생해 판매만으로는 개발비용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까지 겹쳐 얀센의 다제내성결핵 치료제 ‘서튜러’(성분명 베다퀼린)가 개발되기까지 지난 40여년간 신약이 없었다.

사실상 돈이 ‘덜’ 되는 시장이건만, 얀센은 공중보건기관인 ‘Global Public Healthcare’(GPH)를 설립하고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동정적 지원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얀센이 이토록 결핵 치료제 시장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얀센 아시아태평양 그룹 크리스 스터켄스(Kris Sterkens) 회장을 만나 얀센의 전략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크리스 회장은 아태지역에서 대(對)정부 계약체결과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서튜러가 개발되기까지 결핵 치료제가 오랫동안 개발되지 않은 이유 중에는 경제적 측면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얀센이 서튜러 개발과 함께 동정적 지원까지 나서게 된 배경은.

결핵 치료제는 내성,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 자체가 어렵다. 물론 (결핵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충족되지 않은 의료적 ‘니즈’(needs)가 있으면서도 사업성, 수익성이 갖춰져야 치료제 개발에 나설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튜러의 경우에도 10년 전 개발 당시에는 상업적 타당성이 확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얀센과 존슨앤드존슨은 상업적으로 한계가 있더라도 개발을 멈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핵 치료에 있어 충족되지 않은 의료적 니즈와 서튜러의 장기적 가치 외에도 제약사에게 있어 사회적 평판은 중요한 요소인 만큼 의료와 관련된 윤리적 의무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타 제약사와는 다르게 접근해보자는 논의가 이뤄졌고, 그 결과 2013년 GPH라는 글로벌 공중보건조직을 설립했다.

하지만 GPH를 통해 좋은 가격으로 치료제를 공급하는 것만이 끝은 아니었다. 결핵은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과 의료진 교육 등이 필요했다. 때문에 의료진이 적절한 치료 경험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정적 지원을 추진하게 됐다. 실제로 현재 여러 국가에서 이러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 결핵 치료제 개발과 여러 치료제의 동정적 지원은 경영에 부담이 되지 않나. 더욱이 얀센은 자가면역질환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데.

상업적인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동정적 지원과 상업적인 분야는 별도의 분야로 공존하고 있으므로 경영상의 압박이 지역사회 기여 활동을 침해하면 안 된다. 바이오시밀러로 인한 경영압박과 같은 것은 상업적인 부분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시장이 어렵다고 해서 GPH를 중단하자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동정적 지원이 부담만 있는 것은 아니다. GPH는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가 상업적인 이익만 추구하지 않고 질환 분야에 헌신적인 기여를 하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 동정적 지원 프로그램 운영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동정적 지원은 서튜러 외에 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간면역결핍증바이러스) 치료제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 에볼라 백신도 상업적인 접근보단 치료 니즈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동정적 지원이 적용될 예정이다. 또 동정적 지원 방식은 다양하다. 한국을 포함해 서유럽이나 일본에서는 공식적으로 임상시험이 완료되고 치료제가 허가를 받기 전에 진행되는 마지막 단계의 연구에서 이 약이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방식들로 올해 인도에 500명 규모의 동정적 지원이 있을 예정이지만, 담당 외 지역에 대해서는 운영 규모를 말하기가 어렵다.

- 한국이 서튜러 첫 출시 국가로 선정된 이유가 경제력과 유병률 때문인가.

맞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한국 당국은 신약에 대한 검토가 비교적 빨라 효율적이고 시간이 덜 든다. 서튜러의 경우에도 빠르게 검토와 허가가 진행됐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측면도 있는 만큼 계속해서 전략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다만 보험급여 등재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 국내는 희귀질환 치료제나 항암제 등 고가약에 대한 보험급여 장벽이 높다. 이에 대한 생각은.

가격은 민감한 문제다. 가격을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시장 성숙도도 그 중 하나다. 정부가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는지 고려를 하고 협상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시장 성숙도가 높은 국가인데, 신약에 대해 보험급여를 적용받는 것은 다른 국가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특히 완치가 되는 치료제의 경우 비용효과성 기반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합의가 쉬운 편이지만, 항암제와 같이 생명을 연장하는 개념의 치료제는 합의 도출에 어려운 점이 있다. 특정 약물의 혁신성에 대해 어느 정도 보상을 해주느냐에 있어서 방향이나 관점에 시각차가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격인하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이에 대해 해당 당국과 논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8,000만달러 규모의 MOU를 맺게 된 배경은.

얀센의 경영 전략 중 하나가 혁신인데, MOU는 이러한 혁신의 일환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4개의 이노베이션 센터가 설립된 것도 혁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1983년 이후부터 인간수명 전체에 걸쳐 혁신이 이뤄져 왔고, 의학 발전이 빠르다. 한국의 기대수명이 일본보다 높다고 알고 있는데, 한국에서 의료계 혁신이 이뤄져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얀센은 이러한 한국과 MOU를 맺고 투자함으로써 혁신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면서 혁신적인 제품을 공급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각 국가마다 강점에 맞춰 투자하고 있는데, 한국과의 MOU 규모는 비교적 크다고 할 수 있다.

- 향후 얀센에서 주력할 예정인 제품 파이프라인은.

현재는 암, 전염병, 만성염증성 질환, 중추신경계 질환, 대사 심혈관 질환 등 5가지 치료영역에서 리더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5개 영역 중에서도 예방과 질병 차단에 더 집중하고 있다. 다만 충족되지 않은 다른 의료적 니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해마다 이러한 목표가 맞는 것인지 점검하고 있다.

덧붙이면, 서튜러에 대해서도 실제 진료환경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패턴을 분석하고 안전성과 내성 발현을 관찰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참여해 2020년까지 진행된다. 이 결과는 전 세계 결핵 치료 모델로서 공중보건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