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내세워 우회진출 논란…정부연구기관 논의서 드러나범국본·참여연대, 추진 중단 촉구


[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제주도에 추진되고 있는 외국계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실질적인 운영 주체가 국내 대형 성형외과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와 참여연대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녹지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BK 성형외과와 중국 땅투기 기업의 영리병원 설립 시도"라며 “그렇게 되면 제주 녹지병원은 외국영리병원이 아니라 국내 개인병원들이 외국 자본과 합작해 세우려는 국내 영리병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증거로 먼저 녹지국제병원의 지분구조를 제시했다.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제1투자자는 녹지그룹(92.6%)으로 녹지국제병원의 주요 자금조달의 주체다.

제2투자자는 북경연합리거 의료투자유한공사(BCC)로 중국 내 18개 미용성형병원 투자 모회사며 미용성형분야 의료진과 합작해 의료체인 브랜드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5.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제3투자자는 일본 내 35개 미용성형클리닉 운영관리회사인 (주)IDEA로 병원설립 및 개원 지원, 광고 마케팅 및 운영 컨설팅을 담당하며 1.8%의 지분을 갖고 있다.

녹지그룹이 그동안 병원 운영의 경험이 전무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녹지국제병원의 실질적 주체는 북경연합리거 의료투자유한공사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북경연합리거 의료투자유한공사의 실질적 운영주체가 BK 성형외과라는 점이다.

이들은 “북경연합리거 의료투자유한공사 소속 최대 규모의 병원은 국내 성형외과 병원 중 최대 규모인 BK 성형외과 원장 홍성범씨가 운영하는 ‘서울리거’(전 세인트바움) 성형 영리병원”이라며 “홍 씨는 2004년부터 제주도에 영리 성형타운을 만들고자 여러차례 시도한 바 있으며, 언론을 통해 수차례 제주도 내 영리성형 센터 설립의 꿈을 강조해 온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홍 원장이 운영하는 서울리거병원은 표면적으로는 북경연합리거 소속 16개 병원 중 하나로 돼 있지만 전체 소속 의사 43명 중 13명이 서울리거 병원에 있으며, 나머지 소속 병원들은 대다수가 비성형외과 의사가 운영하거나 최소 1~2명의 의사만 보유한 소규모 클리닉 수준이다.


특히 정부 연구기관에서도 중국 등 해외에 병원을 설립한 뒤 현지 자본을 끌어들여 국내로 역진출하는 방식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는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출장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진흥원은 서울리거병원 개원식 참여를 공식일정으로 삼았고, 당시 보건복지부 해외의료진출지원과 정호원 과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춘진 위원장, 이재홍 제주도청 서울본부장 등이 세인트바움(현 서울리거병원)병원의 개원식에 참여했다”며 “개원식에 참여한 이들은 세인트바움을 모델로 중국 하이난, 우한, 제주도 등에 수출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상해 세인트바움 병원 방문 및 관계자 면담’이라는 진흥원 출장보고서에 따르면 진흥원 담당자와 복지부 관계자, 국회의원, 제주도청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한국 방문단은 7월 18일 세인트바움병원을 방문했고, 다음날인 19일에는 중국 녹지그룹을 방문했다.

녹지그룹 방문과 관련된 보고서에는 '유력투자기업의 한국 보건의료 서비스업계 투자 지원과 이를 위한 세인트바움병원을 모델로 중국 하이난, 우한, 제주도 등에 세인트바움병원 수출 계획'이 적혀 있다.

세인트바움병원을 모델로 제주도 등에 이와 유사한 병원을 설립하는 사업을 한중 보건의료 협력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들은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즉각 녹지국제병원의 설립허가를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원희룡 도지사는 BK성형외과병원이 실질적인 운영주체라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추진했다면 그 책임을 져야하며, 만약 몰랐다면 이제라도 진상을 파악해 영리병원 설립 계획서 제출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식회사형 병원을 설립해 돈만을 추구하고 탈세를 일삼는 사람들에게 건강과 생명을 내맡기는 영리병원 허용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원 도지사는 제2의 홍준표라는 오명을 얻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신청서를 철회하고 BK성형외과와 서울리거병원의 관계, 녹지국제병원의 실질적 운영 주체에 대한 모든 사실을 낱낱히 밝히고 해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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