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래 과장, 노인의학회 심포지엄서 "노인 본인부담 상한 수년간 75% 유지”

[청년의사 신문 유지영] 65세 이상 노인 외래진료비 본인부담정액제(이하 노인정액제)의 개선을 요구하는 의료계의 목소리는 높지만 개선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14년째 수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한 정액기준으로 인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의료계 지적에 대해 학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노인의학회는 지난 26일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진료현장에서 바라본 노인 의료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노인정액제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은 "노인인구는 늘어나는데 언제까지 이런 정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2000년 제정 당시와 지금 시점에서 노인의 실질적 부담능력을 다시 한 번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영석 부원장은 "노인정액제 개선 문제는 적자임에도 손을 대고 있지 못하는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과 상당히 유사한 제도가 될 수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가가구 보유비율은 OECD 중 상위에 속한다. 재산은 꽤 있지만 소득은 없다는 것으로, 노인들의 경제적 능력을 15년전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부원장은 그러나 "정치적인 것까지 고려한다고 하면 단숨에 없애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1만5,000원 이하의 경우 1,500원을 유지하되 정률제를 병행하는 게 좋지 않겠나. 정률제를 병행하는 게 일선에서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인 거 같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 부원장은 의료급여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료기관 한 곳을 지정해 진료받으면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선택의원제를 예로 들며 그 제도와 연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노인들이 의료기관을 한 곳 선택해 그곳만 이용할 경우에는 본인부담을 10%만 부담토록 하고 그 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30%를 본인부담하도록 하자는 이야기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도 "의료계에서 노인정액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해 현재 개선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면서도 정액기준을 2만5,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손 과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들 가운데 25%만이 30% 정률제로 본인부담금을 지불하고 있다"며 "이는 노인의 75%가 본인부담 상한제 적용을 받고 있다는 것으로, 수년간 이 비율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과장은 "정액기준을 인상해 진료비 총액이 2만5,000원이나 나와도 본인부담금을 1,500원만 받는다면 분명히 '왜 노인이라고 진료비를 깎아줘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입원료도, 암 등 중질환도, 장애인도 아닌데 건강보험에서 6,000억~7,000억을 쓰는 게 적정한가라는 논쟁이 발생할 게 뻔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비던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인정액제 기준이 너무 낮아 노인들의 본인부담이 증가함으로써 실제 병원이용이 줄었는지, 이로 인해 노인들의 건강에 악영향이 있는지 등을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준으로 정액제 기준 상향의 필요성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손 과장은 "그렇지 않으면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같은 논란을 초래할 수 있고 불필요하게 세대간 갈등까지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손 과장은 "단순히 정액기준을 상향하는 것 이외에도 복합적이고 실질적인 다양한 대안들이 나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현재 이를 위해 연구를 진행중에 있다. 연구결과가 나오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대한노인의학회 이재호 부회장은 "지난 2004년 이미 1일 진료비가 1만5,000원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2004년 이미 유명무실해진 제도를 11년이나 끌어왔다는 이야기"라며 "대안을 내놓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정액상한 기준을 1만5,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인상하고 그 이후부터는 수가와 연동시키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게 안된다면 모든 진료비를 정률제로 전환하고, 노인들의 본인부담금을 국가나 지자체에서 노인들에 대한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부담토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제안한 두가지 안 이외에도 ▲노인을 정의하는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고, 70~74세의 경우 본인부담률을 20%, 75세 이상의 경우에는 10%, 소득이 있는 노인에 대해서는 30%를 부담시키는 등 연령 구간별 차등 정률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으로는 노인정액제를 폐지하고 52개 노인 역점질환을 선별해 이 질환에 대해서는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본인부담률을 10%로 해주는 방법도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만 매몰돼 있다"면서 "이는 자칫 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을 역차별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심포지엄 직후 노인의학회 이욱용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인정액제 개선 요구에 부정적인 학계와 정부에 대해 서운함을 내비치며 "수년간 노인 75%가 정률제가 아닌 정액기준 하에서 1,500원만 부담할 수 있었던 것은 환자들과 언성을 피하고 싶어하는 동네의원들이 진료비가 초과하더라도 초과한 금액을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장동익 상임고문 또한 "현재 소아가산이 적용되는 영유아의 경우 보호자가 함께 내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료를 하기 쉽다. 그러나 노인들의 경우 혼자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 보행이 어렵고,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해 진료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된다"면서 "별도의 노인의료체계를 확립하는 것은 물론 노인 가산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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