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TD, 인체조직 공적영역관리 첫 발…'인체조직-장기' 통합관리 기대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인체조직을 공적영역에서 관리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된 것은 환영하지만 향후 조직기증 활성화와 효율적인 인체조직 수급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비영리가공업체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인체조직기증원(KFTD) 정양국 원장은 27일 열린 ‘보건복지부 지정 인체조직기증지원기관 선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체조직기증지원기관으로 의료기관이 아닌 KFTD가 선정된 것은 공적구득체계 확립을 향한 진일보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원장은 “공적 구득기관으로서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증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공공성 구현을 강화하고 의료기관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강화해 인체조직 구득 및 이식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상으로 기증받은 인체조직이 영리가공업체를 거치면서 높은 가격으로 환자들에게 유통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현재 인체조직은 구득과정에서 무상으로 기증되고 있지만, 공적구득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분배과정에서 영리가공업체의 가공을 거쳐 상품으로 되 팔리고 있다.

때문에 인체조직이 공공재로 관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를 가공하는 가공기관들도 일부 공적영역에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 원장의 지적이다.

정 원장은 “현재 비영리가공처리업체가 없어 영리회사의 가공을 거쳐 일정 정도 수익이 부가된 가격으로 인체조직 이식재가 공급되고 있다”면서 “국민 세금지원을 통해 구득된 인체조직이 영리가공처리업체 수입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체조직 기증은 인체조직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기증을 통해 인간의 숭고함과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기증자의 숭고한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도 했다.

이동익 전 가톨릭의료원장은 “정부 법률이 인체조직을 공공재로 관리하도록 바뀌었지만 최종 사용자인 환자들에게는 여전히 소비자로 다가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인체조직) 기증자들이 늘어났지만 환자들은 기증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비싼 값을 내고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기증이라는 말을 다 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무상으로 기증받아 영리가공업체를 통해 환자들에게 많은 이윤을 붙여 비싼 값에 유통하고 있는 현실은 모순이다. (영리가공업체들이) 기증으로 사기를 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체조직 이식재를 가공·처리하는 전문성 수준에 따라 영리가공업체와 비영리가공업체로 구분하고 역할을 나눠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 원장은 “가공업체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전문성 정도가 높지 않은 이식재를 공급·가공하는데 있어서는 비영리가공업체가 기술집약적인 부분이 필요한 경우는 영리가공업체가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영리회사는 수익 극대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성을 갖기 위해서는 비영리회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증자들의 인체조직은 지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돼야 하지만 가동률 자체가 낮았기 때문에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기증이 많아지고 가동률이 높아지면 원가가 낮아질 수 있으므로 가격을 낮춰가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인체조직과 장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철 교수는 “만약 지금 상황에서 내가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고 싶다면 사후 장기구득기관이 와서 장기를, 인체조직기증구득기관이 와서 인체조직을 받아가는 두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기증자의 숭고한 기증의도를 훼손할 수 있고 편의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 기증자에게는 한 번에 기증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옳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와 인체조직의) 구득체계를 봉합하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면서 “가칭 ‘통합기증법’을 만들어 효율적인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핵심은 국가차원에서 채취, 가공, 분배 등을 통합적으로 감독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FTD 유명철 이사장도 “모든 일이 숭고하고 뜻이 있다고 하더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인체조직기증문화가 활성화되고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인식의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무엇보다 의료계 내에서 생명존중가치에 대한 인식이 일어나고 기증자에 대한 숭고한 정신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향후 이식재 수급률이 23%에서 80%까지 향상될 수 있도록 기증문화 확산에 관심 갖고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 4월 인체조직 기증을 활성화하고 공적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KFTD를 인체조직기증지원기관으로 선정했다.

이에 KFTD는 ▲조직기증자 발굴을 위한 조직은행 및 의료기관 등 관련 기관과의 협력과 지원 ▲조직기증자 및 그 유족에 대한 지원 ▲조직기증에 관한 조사·연구 및 교육 ▲조직기증자 발굴을 위한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정보 제공 및 교육 ▲조직기증지원기관이 보유한 조직 기증 관련 정보·통계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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