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신희영 소장 "남북한 질적 격차 줄이려면 표준화된 과정 필요해"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통일 이후 북한과 우리나라 의료인력 간 질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북한 의학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신희영 소장은 지난 24일 고려의대 유광사홀에서 열린 ‘통일보건의료학회 2015년 춘계학술대회’에서 북한과 우리나라 의학교육 간 차이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날 ‘통일의학 의과대학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신 소장은 “갑자기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 의사들은 북한에서 진료할 수 있겠지만 거꾸로 북한 의사들은 한국에서 환자진료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교육 수준의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의학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방문해 정보를 얻거나 탈북 새터민 의사들을 통해 알아보고 있지만 정보의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의 의학교육은 교육의 시기와 장소에 따라 매우 다르게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북한의 의대교육 기간은 약 7년(예과 1년, 본과 6년 6개월)으로 우리나라 의대교육 기간과 비슷하지만 이수과목이나 강의방식 등 전반적인 과정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기초의학을 비롯해 인문학, 통합교육 등으로 이뤄지는 우리나라 의대교육과는 달리 북한은 통합교육이나 인문학 과목을 교육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혁명역사’,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 혁명역사’, ‘당정책’, ‘미일조선침략사’ 등 사상교육 관련한 과목이 편성돼 있다는 점도 북한 의대교육의 특징이다.

신 교수는 “북한 의학교육 특징은 김일성이나 김정일과 관련한 지식에는 정말 뛰어나다는 점”이라며 “지도부와 관련된 과목을 모두 외워서 쓸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암기력이 필요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낙후된 장비나 의료시설로 임상실습보다는 강의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열악한 의료시설로 인해 생명을 담보로 의료업에 종사해야 할 정도다.

신 교수는 “엑스레이(X-ray) 필름을 인화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니 인화하는 대신 영상의학과 의사가 엑스레이를 밟고 올라가 찍힌 영상을 보고 직접 손으로 그려 준다”며 “엑스레이 차폐장비도 없어 목이나 가슴, 손을 가려야 하지만 아무것도 없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의사들에게 물었더니 엑스레이 의사를 하면 40~50세면 죽는다고 하더라. 그게 자기 의무라고 생각하고 엑스레이 기기를 닦으면서 유지보수 하고 있다”며 “그렇다보니 학생들도 엑스레이 필름을 볼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의사 면허를 딴 탈북 의사들이 국내 의사면허 시험을 볼 때 느끼는 가장 큰 장벽으로는 언어문제가 꼽혔다.

이에 통일 후 의대교육을 위한 표준화 된 교과과정 구성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신 교수는 "북한에서 의대교육을 받은 탈북자에게 가장 큰 차이가 뭐냐고 물으면 말은 같지만 도대체 무슨 얘길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강의할 때 대부분 영어를 섞어 쓰기 때문에 알아듣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콘텐츠를 지금부터 만들어 놓는 게 필요하다”며 “보건의료분야 교육을 5년 정도 준비하면 빠른 시간 내 최상의 의료진을 만들어 남북이 동일한 진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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