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진도 앞바다에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생존자와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한 한국 사회는 큰 상처를 입었다. ‘전원 구조했다’는 오보부터 ‘1년이나 지났는데 자식 장사 그만하라’는 일부 비아냥까지. 그 누구보다 위로가 필요한 이들은 여전히 아파만 보인다.

사고 이후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마음 편하게 보낸 날이 있었을까 싶지만 사고가 난 지 1년이 되는 4월 16일은 그 슬픔이 더욱 큰 날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계는 16일이 되기 며칠 전부터 기일이나 생일 등 희생자를 연상할 수 있는 특정 날짜에 평소보다 더욱 우울해지거나 슬퍼지는 기념일 반응을 우려하며, 주위의 관심과 배려를 당부했다.

그러나 4월 16일 이 나라는 생존자와 유족들에게 더 큰 절망만을 안겨줬다. 생존자와 유족들을 비롯한 시민들은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정부에 세월호 침몰 진실 규명과 선체 인양을 주장했지만 돌아온 것은 캡사이신 최루액과 물대포였다. 희생자를 잃은 아픔에 울던 유족과 생존자들은 최루액에 눈이 매워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정부의 실망스러운 대처는 단지 추모집회 대응 방법의 문제만이 아니다. 사고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생존자와 유족들의 슬픔이나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덜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1년이 됐지만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과 안산트라우마센터(안산온마음센터) 설립 외에는 변한 것이 없다. 여기에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은 그 독립성과 자율성,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의 범위 문제로 세월호 생존자와 유족 측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범부처 심리지원단을 구성하고 안산온마음센터 운영 계획도 발표하는 등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심리지원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 전과 뭐가 달라졌나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위로와 함께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위로는 ‘악어의 눈물’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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