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2013년 약학정보원의 환자정보 유출 사건에 연루됐던 IMS헬스코리아가 최근에는 25억 건의 환자의료정보를 미국 본사로 팔아넘겼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듯, 데이터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심지어 의료정보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는 ‘환자정보 데이터는 곧 돈’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민감한 정보이기는 하지만, 사업화에 성공할 경우 큰 이윤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환자들의 정보를 가지고 사업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은 지난 5년간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과 협력해 단순한 건강 데이터의 관리뿐 아니라 기존 의료시스템과의 통합까지 고려하고 있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EHR 회사 프랙티스 퓨전(Practice Fusion)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무료로 의료기관에 배포하고, 여기에 저장된 데이터를 이차 가공해 사업화할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동의’가 매우 중요하다.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여러 구성원들의 동의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환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원래 환자정보란 환자가 의사로 하여금 자신을 돕도록 하기 위해 의료진에게만 공개한 자료기 때문이다. 의학 연구를 할 경우에도 환자 동의는 기본적으로 필요하고, 이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환자를 대신해 임상연구윤리센터(IRB)로부터 승인을 받도록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공공의 복리를 위해서는 일부 환자정보를 공개할 수도 있지만, 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그렇다고 환자의 뜻에 따라 환자진료정보를 언제든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개인정보와 달리 환자정보는 ‘건강에 대한 정보’이기 때문에 객관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의료진들의 지식과 노력이 투입된 이차 저작물의 일종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권리가 커져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도 환자정보를 온전히 환자만의 것으로 취급하지는 않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번 IMS 사태는 ‘환자정보는 누구의 것이냐’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우리나라에서 환자정보를 거래하는 기업들을 단순히 의사나 약사에게 동의를 받아 정보를 거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의사나 약사가 약관을 잘 읽어보지 않는 것을 이용한 ‘불완전판매’인 경우가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환자들의 동의도 없이 정보가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 각 주에서는 ‘환자정보’와 관련된 법적 공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도 환자정보를 사고파는 것에 대해 법적 문제점은 없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더 나아가 환자정보의 소유권에 대한 철학적 고찰과 사회적 합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