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홍진표 교수, "효과는 동등 부작용 개선…범용적 사용 용이"

[청년의사 신문 박기택] “효과는 비슷하다. 하지만 부작용은 개선했다.”

지난달 한국화이자제약이 출시한 우울증 치료제 ‘프리스틱’(성분명 데스벤라팍신)의 효과에 대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의 평가다.

프리스틱은 화이자제약의 우울증치료제 ‘이팩사’(성분명 벤라팍신)의 활성대사물질로 만들어진 후속약물이다. 임상시험 결과, 이팩사와 유사한 효과를 보이면서 부작용 등은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보험급여가는 이팩사가 37.5mg 594원, 75mg 775원인 반면, 프리스틱은 50mg 1,010원, 100mg 1,260원이다. 즉, 이팩사 보다 대략 2배 비싼 약인데 그 차이는 부작용 등의 개선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홍진표 교수에게 최신 우울증 치료 트랜드와 이 신약의 등장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임상에서 ‘프리스틱’이란 약물의 등장이 갖는 의미는?

프리스틱은 우울증 환자 중에서 특정 환자군(Specific Population)에 효과가 있기 보다는, 범용적으로 모든 환자들에게 사용하기에 적절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들이 초기 치료 중단율이 높기 때문에, 부작용에 취약할 수 있는 환자 대상으로 1차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정신과적인 부분 외에 신체질환과 같은 여러 동반 질환으로 많은 약제를 처방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안전한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효과성(Efficacy) 측면에서도 기존 치료제와 동등한 수준으로 확인되고 있다.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의 경우 우울증의 신체적 증상에 대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SNRI 계열인 프리스틱도 이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프리스틱이 다른 약제보다 신체 증상 개선 효과가 우수한지에 대한 연구결과는 부족하다. SNRI 계열의 약제들인 벤라팍신, ‘염산둘록세틴’(제품명 심발타)의 경우 통증에 대한 별도의 적응증을 가지고 있지만, 프리스틱의 경우에는 신약이기 때문에 아직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작용기전을 볼 때 프리스틱 또한 신체증상이나 통증에 대해서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벤라팍신은 제제의 특성상 혈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벤라팍신 활성대사물질인 프리스틱도 같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벤라팍신의 혈압상승 효과는 용량 증가(dosage dependent)에 따른 것이었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70ml나 150ml 용량에서는 혈압에서 큰 차이가 없었고, 250ml 용량에서 혈압이 상승했다. 프리스틱의 경우 50ml 용량에서 차이가 없었고 200ml 용량에서 혈압이 상승하는 것 같이 보였지만, 실제 국내에서는 200ml 용량을 쓸 경우가 없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으로 본다.

-다른 약제의 경우 용량 증가에 따라 부작용이 증가했는데, 프리스틱은 연구에서 용량이 증가할수록 부작용과 효능 모두 감소했다. 그 이유는 뭔가.

임상 데이터 분석 방법에 따라 차이가 보이는 것이다. 이전 관찰치 적용 분석법(Last observation Carried Forward, LOCF)의 경우, 중간에 중단한 환자들이 많아졌을 때 전에 관찰했던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으로 했기 때문에, 효과성에서 큰 차이가 없었을 때, 부작용으로 중단한 환자들이 많으면 효과성과 관계 없이 효과성이 떨어진 것으로 데이터가 분석된다. 이 연구에서도 100ml, 200ml 용량에서 중단된 환자가 많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나타났다고 본다.

-국내에서 SNRI 계열 약물보다 SSRI계열 약물을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SSRI 계열 약물이 SNRI 계열 약물 보다 내약성이 더 우수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프리스틱과 SSRI 계열 약물의 내약성을 비교하면?

프리스틱 개발 과정에서 (SSRI 계열 약물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없다. 다만, 각 약물들의 위약 대비 연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내약성을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비교할 경우 프리스틱은 위약과 비슷한 내약성을 보였기 때문에 SSRI 계열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본다.

-SSRI 계열 약물로 치료받은 환자가 재발했을 경우, 프리스틱으로 변경해 처방해도 문제가 없나?

실제 임상에서 보면, 첫번째 사용한 치료제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는 비율은 50% 정도다. 이후 (재발 시) 치료제를 변경하거나 다른 치료제와 병용투여해 사용한다. 치료제 계열 자체를 변경했을 때 뚜렷한 효과가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경험적으로 변경하는 경우가 많고 변경했을 때 큰 문제는 없다. 항우울제를 전혀 복용하지 않다가 복용할 경우에는 부작용이 발생 여부를 잘 살펴야 하는데, (약을 복용하던 환자에게) 다른 계열의 치료제를 처방할 때는 이런 부분이 덜하다.

-치료제 계열을 바꿔 처방할 때 기준은?

보통 치료제를 복용해도 우울증 증상이 25% 미만으로 호전됐을 때를 반응이 없다(non-response)고 보고 치료제를 변경하고, 25-50%의 반응을 보일 경우(partial response) 다른 치료제와 병용투여 하는 처방을 권하고 있다.

-프리스틱은 기존 치료제 보다 2배 정도 가격 차이가 있다. 이런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해도 유효한 치료 옵션이라고 보나?

(기존 치료제와 프리스틱의) 한 달 약값의 차이가 5,000원 정도이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환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은 효과가 좋으면서도 부작용은 적은 치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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