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의 시장조사로 본 세상

[청년의사 신문 임성수] 기사 중에 치료제 효과를 연구한 내용을 볼 때 주의할 사항이 있다. 예를 들면 ‘OOO의 90% 이상’과 같이 구체적인 수치를 제목으로 잡는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독자의 시선을 ‘확’ 사로잡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부실한 조사인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약간이라도 ‘찜찜함’을 느꼈다면, 다음과 같은 체크리스트를 작성해보자.


첫째, ‘조사 대상이 누구였나’를 살펴봐야 한다. 의사 대상일 경우 일정 기간 내에 일정 수 이상의 관련 질환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난 1개월간 해당 질환 환자를 100명 이상 진료한 의사’같은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 치료제를 어느 정도 처방하고 있는 지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환자 대상일 경우 ‘지난 3개월 동안 관련 질환으로 진단받아 치료제를 처방 받은 환자’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실례로 지난달 청년의사에 보도된 ‘거담제의 사용 현황 및 인지도 조사’를 살펴보면, 조사 대상자인 의사와 환자들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인용하지 않았던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유병률이 높은 질환에 관련한 조사의 경우는 관련한 의사와 환자의 수가 많으면 무조건 좋은 결과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기사를 쓸 경우 대상자와 대상자 수를 선정함에 있어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자의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판단이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독자들도 이 부분을 매우 유심히 봐야 한다. 단순히 의사 100명, 환자 1,000명이란 숫자에 빠져 그 결과를 그냥 믿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셋째, ‘조사문항이 대상자에게 적절했나’도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다. 최근 의학정보에 접근이 용이하기에 환자들도 질환과 치료제에 대한 지식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환자 대상으로 치료제 관련 평가를 조사할 때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더 나아가 환자 입장에서만 평가할 수 있을 경우에 국한해 조사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치료제 관련 평가 항목들은 굉장히 다양하다. 하지만 효과와 부작용 항목의 평가는 의사대상으로 간접적으로 조사를 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다시 ‘거담제의 사용 현황 및 인지도 조사’로 돌아가면, 다양한 제제들을 사용 후 환자들이 느낀 개선 정도를 묻는 것도 좋겠지만, 그 보다는 실제 다양한 제제를 처방하는 의사를 대상으로 조사했으면 더 신뢰할 수 있는 기사가 됐을 것이다. 물론 청년의사만 그런 실수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언론들이 비슷한 실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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