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지난 3월 2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보건의료인력 수급 중장기 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보건의료 면허인력은 2015년 90만7,600명에서 2030년 167만1,674명으로 1.84배 증가한다. 고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공급에 비해 수요는 더 크게 증가할 것이란 것이 보사연의 분석이다. 그에 따라 2030년에는 보건의료인력이 10만3,596~12만6,648명의 정도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의사의 경우 면허등록을 한 활동 의사 수는 2015년 10만5,563명에서 2030년 14만,908명으로 33.5% 증가하지만 같은 기간 수요는 더 늘어 42.0%나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활동 간호사 수는 현재 17만8,981명으로 지금과 같은 공급추세를 따르면 2030년에는 32만1,659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간호사의 수요는 62.7% 증가하는데, 이는 현재의 생산성 기준을 적용하면 공급과잉이지만 법적 기준을 적용하면 공급부족이 된다.

이런 보사연의 주장은 새삼스럽지 않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에 비해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적다. 1000명당 의사 수는 2.4명으로 OECD 평균인 3.1명에 비해 낮다. 3분 진료로 대표되는 우리 의료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거시적인 지표들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우리나라 영아사망률은 1,000명당 2.9명으로 OECD 평균인 4.0명 보다 훨씬 낮다. 게다가 평균 수명은 80.3세로 선진국인 미국의 78.2세보다 높다. GDP 대비 의료비 지출도 OECD 평균 9.3%보다 훨씬 낮은 7.6%에 불과하다.

보사연은 경제수준과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국민들이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 것을 감안해서 보건의료 인력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추려 한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 의사인력공급은 증가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어떻게 보면 비정상의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적정한 인력공급과 적정한 진료시간, 그리고 적정한 수가 책정을 통해 OECD 평균에 맞추려는 시도라고도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개연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현재의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의사인력만 크게 늘릴 경우 의료의 왜곡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때문에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계획 수립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신중히 해야 한다.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그에 따른 비용의 증가를 고민하지 않는 의사 수 증가 논의는 공허하다.

한편, 보사연의 전망에서 이해할 수 없는 한 가지는 한의사 수요가 앞으로 15년 동안 44.2%나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 점이다. 의사 수요 증가 예측치(42.0%)보다 더 높다. 한방의료에 대한 수요는 이미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세간의 통념인데, 무슨 근거로 이런 전망이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