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영국 보건부 닉 톰린슨 국장, 'NHS의 빅데이터' 설명하며 강조

빅데이터(Big Data) 시대가 도래했다. 빅데이터는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료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빅데이터 활용 수준은 교통, 민원분석 등을 중심으로 이제 막 시작한 초기단계이며, 특히 보건의료분야에서의 빅데이터 활용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이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영국 NHS의 빅데이터 활용방안과 전략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6일 ‘한-영 미래의료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보건의료빅데이터: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우리나라와 영국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빅데이터 활용 현황과 향후 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NHS 빅데이터 플랫폼, HSCIC의 데이터 활용 전략 및 향후 계획’이란 제목의 영국 보건부 국제보건국 닉 톰린슨 국장의 발표를 요약해 정리했다.

[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NHS에서의 빅데이터 사용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왜 빅데이터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한국에 오는 동안에 경유한 홍콩에서 빅데이터와 관련된 책을 잠시 볼 수 있었다. 책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여러 사례를 소개하며 보건의료분야에서 빅데이터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영국 NHS가 빅데이터 활용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야기할 것이다. 오늘 발표가 여러분들에게 보건의료분야에서 빅데이터가 왜 중요한지 윤곽이 잡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영국의 NHS는 무엇을 하는가?

영국에는 네가지 보건의료시스템이 존재한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는 각자 그들의 지역에 맞게 독자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을 전체적으로 보면 NHS에 등록된 환자는 총 1억1,800만명으로 잉글랜드에만 약 5,390만명이 등록돼 있고 의료인은 약 140만명이 등록돼 있다.

1차 진료(Primary Care)를 보면 약 8,000여개의 1차 진료기관(General Practice)이 있고 이들은 하루에 약 100만명의 환자를 보고 있다. 사실 1차 진료가 없었다면 100만명의 환자들은 모두 종합병원으로 몰려갔을 것이고, 그로 인해 의료전달체계는 지속가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1차 진료가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또 영국 전역의 종합병원들과 연결돼 있는 급성환자치료 의료기관(Acute Care)도 있다.

영국도 예산에 허덕인다

이러한 NHS도 현재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제들이 있다. 먼저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에서 NHS에 많은 예산을 배정했었지만 이제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공공적인 예산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간 NHS에 대한 예산을 동결시키고 있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구고령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도전과제 중 하나다. 영국의 경우 1985년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 15%였는데, 그 비율이 2035년에는 23%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85년 1%에 불과했던 85세 이상 초고령 노인 인구 역시 2035년에는 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영국 전체 인구의 33%는 너무 많은 음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고, 흡연을 하는 성인인구도 18%로 과거(영국 성인 인구의 25%) 보다 줄어들었지만 상당히 많은 수치다.

이처럼 보건의료체계에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향후 5년간 필요한 예산은 500억파운드에 달하지만 해당 예산이 확보될 가능성이 희박해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영국에서는 보건의료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NHS에서는 평균 0.8%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고, 최근에는 1.5%의 효율성이 향상됐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오리지널의약품을 제네릭의약품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고, 병원 입원기간을 1일로 독려하고 있지만 300억파운드의 격차를 메우기에는 매년 3%의 효율성을 향상시켜야 하기에 아직까지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처럼 부족한 예산을 메우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보건의료모델을 개발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빅데이터는 더 중요해지리라고 생각한다. 빅데이터를 개인에 맞춤화된 방식으로 제공하면 전체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NHS, 빅데이터 어떻게 활용하려고 할까

빅데이터는 환자의 안전성과 치료결과를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는 의료진과 1차 진료 측면에서 모든 환자들에게 천편일률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개별환자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고 질환과 관련된 리스크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해당 리스크를 완화하는 측면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해 치료행위의 패턴을 찾아낸다던지, 보건의료서비스를 향상시킬 수도 있다.

이외에 영국 각 지역에서 보건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을 살펴보고 그것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 북부와 남부의 기대수명은 약 10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 빅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지역별로 기대수명이 왜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10만 게놈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있다. 희귀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나 기타 환자의 유전정보를 파악해 일반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개인화, 맞춤화된 치료를 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블록버스터급 약물을 많이 처방했지만 일부 환자들에게서는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왜 환자별로 치료효과에 차이가 있는지 의문을 가졌었는데, 유전자 연기서열을 분석한다거나 특정 환자의 유전정보를 분석함으로써 해당 환자에게 특정 치료제가 제대로 반응하는지를 파악하고 맞춤화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특정한 약이 듣지 않는 환자에게까지 동일한 약을 투여해 발생하는 의료비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10만 게놈프로젝트는 질병결과의 개선 및 예방, 정확한 진단 및 적합한 치료법 제공 등을 통해 영국에서 건강혁신을 가속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 환자 비밀보호도 중요

빅데이터를 어디에 어떻게 보관해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지도 큰 관심사다. 한 사람의 뇌 이미지를 스캔한 정보를 저장하려면 약 1만대의 노트북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만큼 저장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데이터 저장 비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데이터를 단순히 저장만 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풍부하게 분석함으로써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수준의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있어 여러 이슈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슈는 환자 개인정보의 보안 유지일 것이다.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들은 익명처리가 된 정보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익명처리 된 데이터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NHS에서는 데이터 활용 원칙을 도출해냈다.

첫 번째로 목적을 정당화시켜야 한다. 두 번째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개인 비밀정보 자료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세 번째는 개인 비밀정보 자료를 사용해야 할 경우라면 최소한의 양만 사용해야 한다. 네 번째는 개인 비밀정보 자료는 필요가 있을 때만 한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개인 비밀정보에 접근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 책임을 숙지해야 한다. 여섯 번째는 법을 준수해야 한다. 일곱 번째는 정보공유 시 따르는 책임은 환자 비밀보호 만큼 중요하다 등이다.

HSCIC, 데이터 활용 전략은?

HSCIC(Health and Social Care Information Centre)는 약 2만1,000개 정도 기관이 힘을 합치고 있고, 약 4,200만건 정도의 요약 정보(Summary Care Report)가 관리되고 있다. 우리는 이 데이터들을 하나의 단일 포인트로 집결시킬 경우 많은 잠재력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1차 진료 기관 중에서 당뇨치료를 잘하는 기관이 어디인지 찾아낼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들은 연구를 위한 정보 제공자의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또 특정한 약을 처방했을 때 치료결과와 어떤 연관성을 보이는지, 지역별로 치료결과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볼 때 보건의료서비스에서 빅데이터가 갖는 잠재력은 무한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있어 환자의 비밀을 보다 잘 유지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국민의 90%가 자신들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잠재력은 높지만 조심스럽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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