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열악한 국내 환경 도피일 뿐…저수가 등 근본적인 문제 개선 필요해"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한국 의사 면허만 있으면 별도 자격 인증 없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청년의사들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정부는 ‘전문인력 현지정착’에 초점을 맞춰 보건·의료, IT, 금융, 항공 분야 청년 진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한국 의사 면허를 별도의 인증 없이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은 물론 급여수준도 국내보다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지난 27일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의 청년의사 중동 진출 건에 젊은 의사들이 관심 갖는 게 과연 좋은 일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운을 뗐다.

송 회장은 “대한민국 의사들의 생활이 워낙 빡빡하니까 정부 제안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중동 진출 기회만 제시하는 정부에 아쉬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 진출을 얘기하는 것부터 정부가 우리나라 의료현실이 빡빡하고 삭막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외국으로 한국 의료를 수출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국내 의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송 회장은 “청년의사들의 아랍에미리트 진출보다는 먼저 저수가 현실을 개선하고 향후 외교활동을 하면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낫지 않겠냐”며 “그런 개선의 노력도 없이 청년의사들이 해외로 나가 의료서비스를 수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부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한 공중보건의사는 “힘든 국내 의료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은 현실 도피나 마찬가지”라며 “불합리한 한국 의료 바닥에서 의사로 고생해봤자 레드오션에 빠져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부가 블루오션을 만들어 준 것처럼 얘기하지만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이 낸 성과에 정부가 숟가락을 얹은 것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에 현재 외과나 흉부외과 전공의들 수급이 어렵다고 하는데 젊은 의사들이 그렇게 빠져 나가면 어떻게 되겠나. 국내 의료 환경이 더 좋아질지 모르겠다”면서 “정부가 (청년의사들의 해외 진출) 자리를 마련해 줬다고는 하지만 국내 의료 환경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있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