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순 기자의 꽉찬생각

[청년의사 신문 곽성순] 최근 인천에 위치한 국제성모병원이 허위청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제성모병원은 이미 지난달에 경찰 압수수색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조사도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국제성모병원은 개원 후 실적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을 압박했고, 이에 일부 직원이 자신들의 친인척을 동원해 받지도 않은 진료를 받았다고 허위청구를 했다. 이렇게 밝혀진 허위청구 인원만 200여명이며 이들 한사람 당 2~3만원의 허위청구를 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병원 측도 허위청구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병원 차원의 직접적인 개입은 없었으며, 병원 개원 당시 원내 시스템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의욕이 앞선 일부 직원이 ‘튀는 행동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과 병원 측 입장이 갈리는 상황에서 사실관계를 속단할 순 없지만, 1,000병상이 넘는 대형병원이 허위청구에 연루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병원계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우리나라 병원계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작은 의미로 이 사건을 바라보면 ‘개원 후 궤도에 오르지 못한 대형병원의 잘못된 선택’ 쯤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좀 더 근본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이제는 의료기관이 규모로 경쟁할 수 있는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의료기관이 벌이는 규모의 경쟁을 보며 ‘규모가 아니라 의료의 질을 높여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한 의료계 인사는 꽤 있지만, 의료기관들은 아직도 분원을 개원하고 병상 수를 늘리며 세를 키우는 경영을 하고 있다. 국제성모병원도 개원 당시부터 1,000병상이 넘는 규모를 홍보했지만 주변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건은 실제 허위청구 시 이름을 입력한 의사가 행정처분을 받고 허위청구 금액을 환수당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병원계는 국민들로부터 또 한번 크게 신뢰를 잃었다. 이제는 우리나라 병원계가 정말 진지하게, 경영 가능한 범위 내의 개원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환자는 더 이상 병상 수를 보고 의료기관을 선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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