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골수섬유증 환자들의 치료처우 개선을 위해 앞장섰던 골수섬유증환우회 하덕봉 회장이 안타깝게도 지난달 22일 오전 10시 운명했다.

그 자신 또한 고령의 희귀질환자였음에도, 골수섬유증 환자들을 위해 정보를 나누고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장을 만드는데 앞장선 이가 하 회장이었다.

특히 마땅한 치료법이 없던 골수섬유증 치료에 새로운 치료제가 나오자, 이 약의 보험급여를 위해 발벗고 나서기도 했다.

2년여 간 정부 관계자와 언론 등을 만나 한달에 600여만원이란 약값 때문에 골수섬유증 환자들이 약을 먹지 못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닌 그의 노력에 힘입어 이달부터 해당 약에 보험급여가 적용됐다. 골수섬유증 환자들이 월 600만원의 1/10 가격 이하로 약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하 회장 본인은 이 혜택을 고작 10일 정도 밖에 누리지 못했다.

골수섬유증환우회 한 관계자는 "1년 정도만 일찍 약을 썼더라면 하 회장의 안타까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고가 의약품을 건강보험재정으로 지원해야 하는 정부와 신약의 개발비용을 보전하고 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제약사 간 입장 충돌은 다양한 표적 치료제와 희귀질환 치료제가 개발, 출시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정부와 제약사가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에 환자, 특히 하 회장과 같은 희귀질환들의 고통은 가중된다.

‘떠나간 버스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현재 골수섬유증 신약은 ‘급여 약’이지만 적어도 하 회장에게는 ‘비급여 약’이나 다름 없었다.

제약사가 약을 개발하고, 정부가 약가를 지원하는 이유는 '환자'를 위해서다. 이 당연한 사실을 잊지 말고, 하 회장의 안타까운 죽음과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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