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유족-한의사 간 손해배상 소송서 1·2심 이어 상고심에서도 한의사 청구 기각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한의사의 지시로 환자가 의학적 치료를 중단하고 장기간 한약을 복용하다 간기능이 저하돼 사망에 이르렀다면 환자사망에 대해 한의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는 A씨의 유족과 한의사 B씨 간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B씨가 A씨의 유족에게 2억6,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1,2심 판결을 유지했다.

평소 접촉성 피부염 치료를 받던 A씨는 지난 2009년 1월 B씨의 한의원에 내원한 뒤 ‘소화기 장애로 면역체계 이상’ 진단을 받고 B씨로부터 “양방 치료와 양악 복용을 중단하고 1년 간 한약을 복용하면 피해자 체질이 개선돼 완치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A씨는 2009년 1월부터 3월까지 의학적 치료는 받지 않으면서 B씨의 한의원에서 조제한 한약을 복용하고 침과 뜸 치료를 받았다.

그러던 중 A씨는 2009년 3월 황달 증세가 나타나 B씨에게 호소했지만, B씨는 ‘변비로 인한 독성 때문’이라고만 진단하고 한약을 계속 복용하도록 했다.

황달증세가 더욱 심해진 A씨는 결국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했는데 간효소 (AST/ALT) 수치가 3172/885로 측정되는 등 정상 범위를 넘어섰고 간의 80~90%가 손상되는 등 전격성 간염 의증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

A씨는 서울로 이송돼 간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간이식 수술 후 전격 기능 상실에 의한 패혈증, 이식편대 숙주반응 등으로 사망했다.

전격성 간부전은 급작스럽게 나타나는 간의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거나 상실되는 것으로 증상이 발현된 뒤 간 기능의 심한 감소로 3기나 4기의 간성뇌증이 8주 내 발생하거나, 황달 2주 이내에 간성뇌증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A씨의 유족은 한의사 B씨가 한약을 장기간 복용할 시 간수치가 상승하고 전격성 간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적절한 전원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 재판부는 “B씨는 의학적 치료를 중단하고 1년 간 한약을 복용하면 A씨의 체질이 개선돼 접촉성 피부염이 완치될 수 있다는 설명만 했을 뿐 장기간 한약복용으로 인한 간기능 손상 가능성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라며 “B씨는 이를 사전에 고지하고 설명하지 않으면서 한약을 처방해 A씨가 한약의 부작용을 충분히 인식하고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의 상태 악화가 한약 복용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을 이유로 B씨가 황달 등의 증세에도 A씨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과 2심에 불복한 B씨는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의사나 한의사가 진찰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법리에서 B씨가 설명의무와 전원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원심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원심은 B씨의 전원의무 과실이 B씨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해당 의료상 과실과 환자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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