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나. 일리에 맞지 않는다.”(새누리당 김정록 의원)

“한의사들이 엑스레이(X-ray), 초음파를 확보하는 그날까지 힘 보태겠다.”(새누리당 김성태 의원)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렸는데 보건복지부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고 세부적인 문제는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다.”(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

“문명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논의를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

지난 22일 열린 대한한의사협회 제60차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쏟아낸 발언들이다. 이날 정총에 참석한 의원 대부분은 한의사들이 가장 바라는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특정 직역 단체가 개최하는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정치인들이 선물보따리는 풀어놓는 일은 흔하다. 대부분 그 직역 단체의 숙원 사업을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하고는 한다. 한의사들이 참석하는 행사였던 만큼 여야 의원들은 앞 다퉈 그들이 가장 원하는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의사들이 엑스레이와 초음파 기기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국민 건강과 안전이 달린 문제로 편의성이 우선이 돼서도 안된다.

의학과 한의학의 근간이 다르다는 것 등은 차치하고서라도 질병에 대한 진단이 잘못되면 당연히 치료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한의사들이 정확한 진단을 위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한의사들이 내린 한의학적 진단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인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지금도 일부 한의원에서 잘못 판독한 초음파 사진을 게재해 놓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초음파 사진 등을 이용해 키 크는 한약이나 다이어트 한약 등을 판매하고 있는 한의원들도 있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신중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불러올 악영향에 대해서는 얼마나 생각해 봤는지 궁금하다.

특정 직역 단체 행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정치적인 발언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또 다시 선거철이 돌아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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