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선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청년의사 신문 조우선]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병원이 조문객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경우 이와 같은 용역이 장의용역의 부수 업무로서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모 학교법인은 장례식장을 운영하면서 상주 등에게 음식물을 제공한데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세로 신고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는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이 아니라며, 학교법인에 대해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내렸다.

학교법인은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2013년 대법원은 장례식장에서 상주 및 조문객들에게 음식물을 공급하는 것은 특정 조문객만을 대상으로 빈소 바로 옆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국민의 복지후생 차원에서 장례의식을 위한 비용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인 만큼 부가가치세 면세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장례식장에서의 음식물 공급은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인 장의용역의 공급에 통상적으로 부수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3년 10월 30일 이후 공급하는 음식제공 용역에 대해서만 부가가치세가 면제되고 10월 30일 이전 납부 부분에 대해서는 이 조항이 소급되지 않는다는 예규를 신설해 논란을 야기했다(기획재정부 부가가치세제과-640, 2013. 10. 30.). 그리고 관할 세무서는 기재부의 예규를 근거로 지금까지 병원들의 부가가치세 경정청구를 거부해 왔다.

사실 이같은 예규는 예규 시행일 전후 통상적 부수용역의 범위가 달라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예규 시행일 이전과 이후의 부가가치세를 차별적으로 취급한 것으로 조세형평주의에 위반된다 할 수 있다. 또한 대법원이 조문객에 대한 음식제공이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재부가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내부 지침인 예규를 통해서 환급을 거부할 명분을 만든 것은 잘못이다.

따라서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병원들은 대법원이 음식제공이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청구, 부가가치세 환급청구소송 혹은 부가가치세 경정청구 취소청구 등의 행정소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구제 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기재부의 예규가 변경되어 그동안 제기돼 왔던 부가가치세 환급 논란이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종합감사에서 대법원이 분명 부가세 적용이 부당하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관할세무서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미 납부한 부가가치세의 환급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소송이 남발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인력이 낭비되는 점에 대해 개선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결국 기재부는 새로운 예규를 신설, 조문객에 대한 음식제공이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는 기존 예규가 지난 2013년 10월 30일 이전의 공급분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기획재정부 부가가치세제과-92, 2015. 1. 26.).

그렇다고 예규 변경으로 부가가치세를 둘러싼 분쟁들이 순식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재부의 예규가 변경됐다고 하더라도 관할 세무서가 임의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직권으로 경정하고 징수한 부가가치세를 환급하여 주지 않는 이상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병원들은 부가가치세 부과에 대하여 경정청구 등으로 적극 다투어야 환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급을 받은 이후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은 병원이 이를 상주에게 반환하여야 하는지 여부, 반환해야 한다면 얼마를 반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인 상주가 장의용역을 이용하고 비용을 낸 당사자이므로 상주가 병원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그렇다면 환급받은 부가가치세가 누구에게 귀속돼야 할 것인지가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부가가치세와 관련해서 병원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러나 법률상 근거 없이 부가가치세 환급을 막아 왔던 기재부가 정책을 개선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한 점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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