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을 사실상 무산시켰다. 2002년 이후 11번이나 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실패했기에 그리 놀라운 사건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까지 통과됐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었었다.

법사위는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알아보니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흡연권과 행복추구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한다. 김진태 의원도 자신이 이를 막았다며 SNS를 통해 밝히고 있다.

작년 말, 담뱃값 인상을 논의할 때도 경고그림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었다. 당시 국회는 ‘예산부수법안’을 논의하는 자리라 비(非)가격 금연정책인 경고그림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핑계를 댔다. 심지어 올해 설날 직후 일부 의원들은 서민들을 위한 저가담배 출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의원들의 태도를 감안하면, 다음 4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것을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담뱃갑 경고그림은 이미 세계적으로 효과가 인정된 비가격 금연정책이다. 77개국에서 경고그림을 도입했고 큰 효과를 봤다. 캐나다의 전체 흡연율은 제도 도입 전 24%에서 6년 사이에 18%로 하락했다. 브라질은 1년 만에 31%에서 22.4%로 떨어졌다. 호주의 경우 담뱃갑 면적의 80%에 달하는 경고사진을 넣도록 의무화해 성인 남성흡연율을 17%로 떨어뜨렸다고 한다.

지난 2005년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비준한 바가 있다. 협약 내용에도 담뱃갑에 경고사진을 삽입하도록 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지키고 있지 않다. 세계보건기구와의 협약을 지키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이야기는 이미 확정된 과학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성인남성 흡연율은 2013년 기준으로 42.5%에 이른다. 그만큼 국민건강이 심각한 위해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뒤늦게라도 나서서 담뱃값을 인상한 것이 아니었던가. 일각에서 ‘꼼수 증세’란 비판을 하기도 했으나, 상당수의 국민들은 ‘정부가 국민건강을 위해서 펼치는 정책’이라 믿고 따랐다. 지금처럼 국회가 비가격 금연정책에 대해 어깃장을 계속 놓는다면, 이는 국민 건강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것과 같다. 더 나아가 담뱃값 인상이 세금을 더 걷기 위한 꼼수였음을 증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미 일부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담배업계 로비에 휘둘리고 있다는 소문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 이런 의혹을 떨쳐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진심으로 국민을 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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