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대표 연구기관서도 침 뜸 등 한방치료 효과 입증 못해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지난 6년간 발표된 한의학의 효과에 관한 ‘리뷰논문’ 60편 중에서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은 단 1편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정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도 5편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다수 논문들은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결론이거나 큰 의미가 없는 단순 리뷰에 불과했다.

이는 본지가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논문들 중에서 2009~2014년에 발표된 ‘리뷰논문’만을 분석한 결과다. 한의학연은 연간 예산을 500억원씩 사용하고 있는 국책 연구기관으로, 매년 2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본지가 분석한 리뷰논문 60편은 침술(17편), 뜸(10편), 한약(5편), 태극권(5편), 부항(4편), 기공(3편), 마카(2편), 건강보조식품(2편), 요가(2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하지만 건강보조식품과 관련된 논문 1편에서만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을 뿐이다. 특히 ‘뜸’에 관한 리뷰논문은 10편이 작성되었지만, 모두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정부 예산으로 진행된 수많은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한의학의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접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언제까지 이런 연구에 국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의학연, 연간 500억원 지원받아

한의학연은 ‘한의학, 한방의료 및 한약 육성·발전에 관한 사항에 대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국민보건향상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1994년 설립된 한의학 국가 거점연구기관이다.

설립 당시엔 보건복지부 산하 한의학연구소였지만 이후 1997년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한의학연구원으로 승격되면서 한의학의 대표 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2004년에는 과학기술부 산하 산업기술연구회 소속,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 소속을 거쳐 2013년부터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에 소속돼 있다.

이러한 한의학연은 한의의 과학화와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한의학 관련 연구를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연간 500억원이 넘는 재정을 국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지난 2011년 6월 “한국한의학연구원, 10가지 의문점에 답해야”라는 제하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한의학연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운영을 지적한 바 있는 본지는, 한의학연이 발표하고 있는 논문들을 질적, 양적인 측면에서 분석해 보기로 했고, 그 첫 단계로 60여 편의 리뷰논문들을 분석했다.

한의학연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의 발표 논문은 총 1,194편이다. 그 중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s)과 메타 분석(meta-analyses) 등을 포함한 리뷰논문(review)들만 우선적으로 검토해 본 결과는 놀라웠다.

체계적 문헌고찰은 특정 연구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사전에 정해진 기준에 맞는 모든 근거를 수집해 분석하는 연구방법이다. 메타분석은 체계적 문헌고찰에서 선정된 연구 데이터 값을 통계적으로 합성해 그 결과를 도출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러한 방법은 의학뿐만 아니라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의학연 역시 이를 통해 그동안 한방에서 사용돼 온 침, 뜸, 부항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을 집적해 효과를 밝힌다는 취지의 논문을 발표해 왔다. 그들이 발표한 총 60편의 리뷰 논문을 본 전문가들은 메타분석 방법 등 논문의 형식에서는 흠을 잡기 어렵다며, 객관성과 신뢰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C의과대학 H교수는 “메타분석 연구는 기존 연구 중에서 제대로 된 연구만을 고르거나 그중에서도 정확한 수치만 골라서 연구한 것인 만큼 객관적인 연구”라면서 “특히 (한의학연의 리뷰논문의 경우) 세계적으로 대체의학연구에 권위 있는 영국의 에드짜르트 에른스트(Edzard Ernst) 박사와 공동 연구한 건이 많은 만큼 그 결과는 믿을 만하다”고 설명했다.

아주대병원 김대중 교수도 “한의학연의 리뷰논문은 논문의 형식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즉 메타분석방법론 면에서는 흠을 잡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논문 60편 중 확실한 효과 입증은 1편 뿐

그렇다면 한의학연이 매년 10여편씩 발표한 리뷰논문은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을까.

한의학연 홈페이지에 공개된 리뷰논문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총 60편으로 주제별로는 ‘침술(Acupuncture)’이 17편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뜸(Moxibustion)’이 10편, ‘한약(Herbal medicines)’과 ‘태극권(Tai chi)’이 각각 5편, ‘부항(Cupping)’이 4편 순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한의학연은 기공, 지압, 인삼, 마사지, 아로마테라피, 요가, 건강보조제, 괄사, 마카, 반사요법 등 총 17종류의 다양한 치료법에 대한 리뷰논문 19편도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침술’ 관련 17편의 논문 중 ‘(치료) 효과가 있다’는 논문은 1편도 없었으며, 단 2편에서 통증과 알레르기 완화에 각각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나왔다. 10편의 ‘뜸’ 관련 논문은 모두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한약’과 ‘태극권’은 각 2편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확인됐다.

리뷰 논문 60편 중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확인된 논문은 한의학과 관련해 일반인이 가장 많이 찾는 침과 뜸 등과는 상관없는 건강보조식품과 관련한 것으로,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리뷰(Dietary supplements for benign prostatic hyperplasia: An overview of systematic reviews)’였다.

그 외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총 5편, ‘효과가 불분명한’ 논문은 45편, 프로토콜 및 역효과 연구 등 효과를 구분할 수 없는 논문이 9편이었다.

‘침’ 효과 입증 논문 1편도 없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리뷰 연구가 진행된 ‘침술’은 ▲암과 관련된 치료의 침 사용효과(Acupuncture for cancer-related fatigue: 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zed clinical trials) ▲뇌졸중 이후 침술요법이 회복에 도움을 주는가(Acupuncture for functional recovery after stroke: a systematic review of sham-controlled randomized clinical trials) ▲전립선암 환자에서 홍조 증상 치료를 위한 침술의 효과(Acupuncture for Treating Hot Flushes in Men with Prostate Cancer: A systematic review) ▲암성 통증 치료를 위한 침술 효과(Acupuncture for the treatment of cancer pain: 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zed clinical trials) 등 중증질환에 대한 효과를 살펴본 논문이 많았다.

그 외에도 ▲통증에 대한 침술의 효과(Acupuncture for pain: An overview of cochrane reviews) ▲외과적 상황에서의 효과(Acupuncture for surgical conditions: an overview of systematic reviews)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 대한 벌독 침술의 효과(Bee venom acupuncture for rheumatoid arthritis: 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zed clinical trials) ▲부정맥 치료에 침술의 효과(Acupuncture treatment for cardiac arrhythmias: 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알레르기 비염치료에 대한 침술 효과(Acupuncture for Allergic Rhinitis: a systematic review) ▲말기신부전증 환자의 요독으로 인한 가려움증 치료에 침술의 효과(Acupuncture for treating uremic pruritus in patients with end stage renal disease: a systematic review) 등 다양한 치료 시 침술의 효과를 검증하는 논문들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들 논문 중 침술이 해당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은 단 한 편도 없었다. 다만 ‘알레르기 비염치료에 대한 침술 효과’와 ‘통증에 대한 침술의 효과’에 대한 논문에서 각각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을 뿐 그 외 논문은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게 한의학연의 결론이다.

침술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나타난 ‘알레르기 비염치료에 대한 침술 효과’에 대한 논문은 17개의 기존 연구를 분석한 결과로, 연구진은 ‘침술이 계절성 비염에는 충분한 효과를 갖지 못했고, 연중 지속되는 비염에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통증에 대한 침술의 효과’ 논문은 Cochrane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8개의 리뷰를 분석한 것으로, 그 결과 침술은 모든 종류는 아니지만 몇 가지 통증에는 효과가 있다는 게 요지다.

반면 침의 가려움증 완화 효과 등 다른 연구에서는 ‘기존 임상 연구는 질적인 문제로 효과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나타났고 ‘추가적으로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많았다.

또한 한의학연은 ▲폐경 후 얼굴 화끈거리는 증상 치료를 위한 침술의 효과(Acupuncture for treating Menopausal Hot Flushes: A systematic review) ▲벨마비에 침술이 효과가 있는가(Acupuncture for Bell’s pals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안구 건조증 치료에 대한 침술의 효과(Acupuncture for treating dry eye: a systematic review) ▲발기부전 치료에 대한 침술의 효과(Acupuncture for treating erectile dysfunction: a systematic review) ▲불임 남성의 저질 정자에 대한 침술의 효과와 안정성(The effectiveness and safety of acupuncture for poor semen quality in infertile mal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딸꾹질로 고생하는 암 환자를 위한 침술 효과(Acupuncture for cancer patients suffering from hiccup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이명 치료 등을 위한 침술사용 효과(Acupuncture for the treatment of tinnitus: 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zed clinical trials) 등도 연구를 진행했지만, 효과를 증명하지 못했다.

뜸, 효과는 불분명…발작 등 부작용은 확인

침 다음으로 리뷰연구가 많이 진행된 한방치료는 ‘뜸’이다.

뜸은 ▲암 관리를 위한 뜸 치료의 효과(Moxibustion for cancer car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암과 관련한 피로의 치료에 관련된 뜸의 효과와 안전성(The effectiveness and safety of moxibustion for treating cancer-related fatigu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es)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 대한 뜸 치료의 효과(Moxibustion for ulcerative coliti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뜸의 고혈압 치료 효과(Moxibustion for hypertension: a systematic review) ▲뜸의 변비 치료 효과(Effects of moxibustion for constipation treatment: 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관절염 치료를 위한 뜸 치료 효과(Moxibustion for the treatment of osteoarthriti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제2형 당뇨병 관리를 위한 뜸 치료의 효과(Moxibustion for managing type 2 diabetes mellitus: A systematic review) ▲류마티스 환자들에게 뜸 치료 시행 시 효과(Moxibustion for rheumatic condition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다.

하지만 모든 논문에서 뜸의 치료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뜸의 역효과(Adverse events of moxibustion: a systematic review)’에 대한 논문에서 뜸이 ▲알레르기 반응 ▲화상 ▲연부조직염 ▲C형 간염 ▲뜸으로 인한 발작이나 물집 ▲통감 ▲연기로 인한 불편함 ▲위통 ▲피로 ▲화끈거림 ▲두통 등의 역효과가 있음이 보고됐다.

‘한약’은 총 5편의 논문 중 ▲간섬유증과 간경화에 대한 소시호탕(한약)의 치료 효과 동물 모델(Therapeutic effect of Soshiho-tang, a traditional herbal formula, on liver fibrosis or cirrhosis in animal model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논문에서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음’으로 나타났지만, 그 외 ▲급성 중이염 치료를 위한 한약(Herbal medicines for the treatment of acute otitis media: protocol for a systematic review) ▲우울증 치료에 쓰이는 한약(Herbal medicine (Gan Mai Da Zao decoction) for depression: a systematic review protocol) 등의 논문은 애초에 이론적 연구를 통해 향후 연구 방향성을 제시하는 프로토콜 논문이기 때문에 효과 여부를 판단하는 논문이 아니다.

다음으로 ‘부항’은 ▲뇌졸중 회복에 있어서 부항의 효과(Cupping for stroke rehabilitation: a systematic review) ▲부항의 치료 효능(Is cupping an effective treatment? An overview of systematic reviews) ▲한국에서 시행되는 부항 치료의 부작용(Adverse events related to cupping therapy in studies conducted in Korea: A systematic review) 등에 대해 연구가 진행됐다.

이중 ‘뇌졸중 회복에 있어서 부항의 효과’라는 논문은 같은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 43개 논문이 검토됐는데, 효과가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냈다. 더해 43개 논문을 리뷰한 한의학연 연구진은 “부항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며 그 이유로 “충분하지 못한 연구들과 정보”를 꼽았다.

그 외 ‘부항의 치료 효능’에 대한 논문에서는 부항이 ▲통증 조절 ▲고혈압 치료 ▲뇌졸중 회복 ▲대상포진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를 검토한 것으로, 그 결과 통증 조절에는 효과가 있으나 다른 효과는 입증할 수 없었으며, 이들 기존 연구 모두가 연구 수가 적어 의미가 불확실하다고 평했다.

또 한의학연은 중국 민간에 널리 퍼져 있는 보건용 권법(拳法)의 하나인 ‘태극권’에 대한 연구논문도 5편 발표했다. 논문 중에는 ▲관절염에 대한 태극권의 효과(Tai chi for the treatment of osteoarthriti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태극권에 대한 리뷰(Systematic reviews of t’ai chi: an overview) 논문에서만 각각 관절염과 낙상 예방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효과 있다’는 논문은 ‘건강보조식품’

결국 한의학연은 지난 5년간 60여편의 리뷰논문을 발표했지만 침, 뜸, 한약 등 어떠한 한방치료에 대해서도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효과가 확인된 논문조차 흔히 알고 있는 한방 치료법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것이었다.

2012년 10월에 MATURITAS지에 발표된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리뷰(Dietary supplements for benign prostatic hyperplasia: An overview of systematic reviews)’ 논문은 전립선비대증에 쓰이는 건강보조식품의 효과를 묻기 위해 관련 선행연구 6편의 논문을 재분석한 것이다.

연구 결과, Serenoa repens(쏘팔메토, 톱야자), β-sitosterol(베타 시토스테롤), Pygeum africanum(파이지움), Cernilton(쎄닐톤) 등 총 4가지 생약물질 중에서 쏘팔메토를 제외한 베타 시토스테롤 등 3개 성분이 전립선비대증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고 연구진은 결론지었다.

하지만 연구진이 효과가 있다고 본 3개 성분에 대한 연구조차 2000년 이전의 것으로 이후에는 이를 뒷받침할 관련 연구는 없는 상태라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H교수는 “이들 생약이 한의학 연구의 대상인지조차 잘 모르겠다”며 “외국에서 이미 연구가 많이 되어 있는 것이며, 외국에서 이미 대량 생산되는 생약제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태극권·요가가 한방? 무의미한 연구 지적

또 한의학연이 발표한 리뷰논문의 주제와 결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태극권 운동이 관절염 통증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과연 한의학 연구라고 볼 수 있냐는 것이다.

H교수는 “수영이나 많은 운동을 통해 근육이 증가하면 관절염의 진행을 늦추고 통증경감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태극권이나 태권도, 요가 등 특정한 나라의 전통 운동이 특별히 더 좋다는 연구결과는 어디에도 없다”며 “한의학연이 태극권과 요가를 연구하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도 “태극권이 낙상 예방,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의학적이라고 할지는 모르겠다”며 “한국에서는 의학적 범주로 들이기에는 아직 체계가 없다. 기공, 괄사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연구에 세금을 쓰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침이 편두통, 목 질환, 긴장형 두통, 말초 관절의 골관절염에는 효과가 있다고 했으나 류마티스 관절염, 어깨통증, 팔꿈치 통증, 요통에는 실패했다는 연구결과였는데, 이미 한의사들은 침에 대한 적응증 없이 모든 통증에 치료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이같은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방치료가 효과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연구를 계속 반복하는 것은 초능력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교수는 “과거 미국에서는 10여년에 걸쳐 초능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고 엄청난 국고 지원이 있었으나 다 효과가 없다고 나와 사장됐다”며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그만둬야 하는데 한의학연이 계속 다른 방법을 써서 데이터를 돌리고 연구를 하고 그런다. 효과를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 관계자는 “2000년 전후로 침술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이후에도 꾸준히 침술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결론적으로는 한의학연의 연구에서조차 과학적 근거를 밝혀내지 못한 것인데 한의사들이 아직도 난임 치료나 암 등에 침술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미 오랫동안 침술이 쓰이고 있는데 이제 와서 연구로 과학성을 증명한다는 것은 의학과 반대로 진료를 먼저하고 임상시험을 나중에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황당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의학연이 국가로부터 꾸준히 지원을 받으니 이러한 연구를 계속해 한의원 등의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연간 500억원이나 되는 돈을 다른 과학 연구에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관계자는 “체계적 문헌고찰을 했을 때 기존 연구의 수가 모자라서 유의미한 결론을 낼 수 없었던 것은 한방 특성상 정량화가 어렵다는 한계 때문”이라며 “비슷한 연구를 반복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연구비가 있다면 차라리 제대로 된 대규모 임상연구 등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그나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대중 교수는 “메타분석방법으로 논문을 쓴 것 자체에는 문제를 지적할 수 없으나 결과만 보면 한의학이 치료에 도움이 됐다는 연구는 신통치 않다”며 “이런 연구가 한의학연의 설립 취지에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국내 어느 연구기관에서도 기존 연구를 종합 분석하는 수준의 연구에 재정을 지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반적으로 의학분야 연구기관은 무언가 새로운 기전을 밝히는 실험연구를 하든지 효과 연구 등을 한다”며 “한의학연도 한약의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밝힐 수 있는 연구 등에 집중해 신약 개발 등에 기여하는 게 장기적으로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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