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 "무정전 전원공급 장치 의무화 철회해야"


[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의원급 의료기관 중 외과 계 진료과목을 갖추고 전신마취 하에 수술을 하는 경우 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을 준수 하고서는 고비용의 수술실 유지비용 총 3,850만~2억3,360만원(1개소 당) 때문에 더 이상 수술을 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발표한 개정안이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산부인과로, 분만 취약 지구 분만실을 운영하는 대다수 소규모 개인 의원은 그나마 분만실을 폐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2,500만~6,000만원)를 대부분 새로 비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2년 마다 충전 비용도 600만원을 호가 하는 고비용으로, 현재의 분만 수가로는 더 이상 분만실을 운영 할 수 없게 된다.

의원급 의료기관 중 외과계 진료과목을 갖추고 전신마취 하에 수술을 하는 경우로 정해 성형수술과 무관한 전신 마취수술을 하는 의료기관 전체가 대상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한 직접적인 수술시 시설 규정 대상이 바로 분만 취약 지역 분만을 수행하는 산부인과가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근 수술을 실시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수술실 설치 규정이 없어 수술에 따른 감염, 마취, 쇼크 등 각종 위험에 노출돼 미용성형 분야에서 환자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분쟁이 증가(2012년 4~12월 444건 → 2013년 731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하는 원인으로 수술을 실시하는 의료기관에 응급의료장비 구비 의무가 없어 수술 중 위급상황 발생 시 의료사고(사망 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한 전국에 성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한 1,091개소 중 응급의료장비(자동제세동기 및 인공호흡기)를 구비하지 않은 성형외과가 839개(76.9%)이며, 응급의료장비 보유 현황은 종합병원(99.2%), 병원(33%), 의원급 성형외과(0%)로 소규모 성형외과의 경우 모두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성형외과 진료 의료기관은 3,479개(2014년 8월 기준 전문의 개설 802개소)이며, 지속 증가하고 있다. 성형외과 진료(시술) 의료기관 현황(2014년 8월, 지자체 집계)은 전국 의료기관 총수 3,479개소 중 의원급 의료기관이 3,364(96.7%)개소를 차지하고 있고 성형외과 전문의 개설한 의료기관 수가 802개소 (23.1%), 성형외과 전문의 이외 개설한 의료기관 수가 2,677개소(76.9%)다. 이중 성형외과 전문의가 상근하고 있는 경우가 841개소(24.2%), 성형외과 전문의가 비상근하고 있는 의료기관 수가 1,836개소(52.8%)로 이들이 주요 대상 의료기관으로 생각하기 쉽다.

기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만 두도록 한 수술실을 의원급 의료기관에도 설치하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대상이 되는 의료기관은 외과계 진료 과목을 설치하고 전신마취 수술을 하는 곳으로, 419개 의원급 의료기관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응급의료장비 구비 의무 대상이 되는 수술실을 설치한 의료기관은 약 5,900개소(2014년 12월말 기준)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술을 실시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응급의료장비(자동제세동기 및 인공호흡기 등)를 의무적으로 구비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 의원급 의료기관이 미용성형 수술을 하는 병원으로 한정된 것이 아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술실 응급의료장비 구비 의무로 인한 비용은 기도 내 삽관 유지 장치(60만~4,000만원), 인공호흡기(1,000만~1억원), 산소포화도 측정 장치(70만~860만원), 심전도모니터(220만~2,500만원), 무정전 전원공급장치(2,500만~6,000만원)으로 1개소 당 총 3,85만~2억3,360만원이 소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무정전 공급장치 의무화 규정을 폐지하지 않는다면 개인 의원에서 더 이상 전신 마취 수술을 할 수 없다. 의원급에 있는 전신 마취 수술실에 무정전 전원장치 설치를 강제화하기 위해서는 다음이 선행 돼야 한다.

우선 전력은 대표적인 국가기간 산업이며 의료기관은 전력에 대해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전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국가와 정부 그리고 국영기업인 한국전력에게 있다. 그러므로 정전에 대비한 무정전 전원장치 설치를 정부가 개별 의료기관에게 강제하는 것은 국가와 정부 본연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또한 환자안전을 위한 시설 강제화는 국가와 사회, 국민, 의료인의 공동 책임이다.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정부라면 무정전 전원장치 등 고가 장비에 대한 시설 강제화를 추진하기에 앞서 일선 의료기관이 이와 같은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포지티브 인센티브를 먼저 제공하는 등 사전 조치를 취함이 상식일 것이다. 시설 강제화를 강행하려면 정부와 국민, 의료기관이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정부의 자금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 지원 없이 고가 시설을 강제화하면 오히려 수술 건수가 적은 일선 의료기관의 수술 포기 사태로 경증 수술환자가 대형병원으로 더 집중돼 의료전달체계 왜곡이 심화될 수 있고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의료비 절감 대책에도 정면으로 모순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무정전 장치 강제화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

무정전 공급 장치 의무화 규정을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폐지하지 않는다면 개인 의원에서 더 이상 전신취 수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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