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조정 10건중 9건 10만원 미만…수수료부담에 이의신청 포기 병원 늘어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경기도에서 재활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S원장은 오늘도 고민에 빠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맡은 지난 2013년 7월부터 매달 진료비가 삭감되고 있는데,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S원장은 지난해 12월 진료분 중 7건을 삭감 당했다. 그 금액은 총 46만1,130원이다. 특히 이 중 6건은 조정금액이 4만원 미만이다. 이의신청을 하고 싶지만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이하 자보심의회) 이의신청 수수료가 5만원이어서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수수료를 내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모양새인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전전긍긍 하고 있다.

S원장은 "심평원은 뇌병변환자들에 대한 통증치료도 삭감을 하고 있다"며 "총 23번 전기치료를 한 것 중에 10번만 인정하는데 이는 환자의 상태나 상해치료의 원칙도 배제한 채 전기치료를 무조건 10회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심사조정 10건 중 9건은 10만원 미만

본지가 입수한 '2014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조정 현황'에 따르면 자보 삭감 건수는 총 287만5,845건으로 이중 95.78%(275만4,481건)가 '10만원 미만'이다. 심평원의 자보 진료비 삭감 건수 대부분이 10만원 미만의 소액인 것이다.

그외 '1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 삭감은 전체 4.08%인 11만7,229건이며, '1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은 0.14%인 4,100건, '1,000만원 이상'은 3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청구 후 삭감된 금액은 총 590억7,600만원으로 1건당 평균 2만542원씩 삭감됐다.

금액별로 보면 10만원 미만 삭감 금액은 총 237억6,100만원으로 1건당 평균 8,626원씩 삭감됐다.

그외 1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 삭감액은 262억4,500만원(1건당 평균 22만3,878원), 1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은 84억9,600만원(1건당 평균 207만2,195원), 1,000만원 이상은 5억7,400만원(1건당 평균 1,640만원)이다.

또 의료기관 종별 조정금액 현황을 살펴보면, 10만원 미만 삭감금액이 상급종합병원은 12억200만원, 종합병원은 43억2,500만원, 병원은 36억4,100만원, 의원 42억7,800만원, 한방병의원은 100억6,000만원, 치과의원 1,500만원에 달했다.


자보심의회 심사 수수료 5만원, 이의신청도 못해

심평원 심사 이전에 비해 유독 소액 삭감이 빈번해지고 있는데 반해 자보심의회 재심의 신청 수수료(건당 기본비용(5만원) + 부가비용(심사청구액*10%)는 폐지되지 않고 있어 의료계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에서 수차례 자보심의회 등을 통해 재심의 수수료를 폐지하거나 인하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아 고스란히 병원들만 손실을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자보 삭감 건중 10만원 미만이 237억원이 넘는다. 이는 거의 재심이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평균 조정금액이 1만원 미만인데 누가 분담금 5만원을 내고 이의를 제기하겠냐"고 반문했다.

때문에 자보 이의신청 심사 수수료를 낮추거나 10만원 미만인 경우 면제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수료 때문인지 심평원에 자보 심사를 위탁한 이후 자보심의회의 심사청구 건수도 대폭 줄었다.

2009년부터 2013년 5월까지 연평균 심사청구건수는 1만1,581건(심사청구액 86억9,940만원)이었으나 2014년 심사건수는 627건만에 불과했다. 심사청구액도 위탁심사 이전 대비 약 8.5% 수준인 7억4,320만원에 그쳤다.

의협 관계자는 "심평원 심사 위탁 이후 분심위에 이의제기를 하는 건수가 확연히 줄었다"면서 "심사건수가 줄어든건지 이의신청이 적은건지는 불분명하지만 의료기관을 위한 자보심의회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손보사들은 심평원에 심사를 위탁하고 지난해 107억원의 수수료를 지급해왔는데 이들 금액만 감안해 봐도 손보사들의 이익이 막대함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심평원 심사 위탁 이후에 손보사의 이익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그들도 심사 위탁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는 하지만 수수료 대비 수익이 더 많아지고 있어서인지 심평원의 수수료 인상요구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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